
▲지난 20일 대만을 방문 중인 미국 알래스카주의 마이크 던비리 주지사(왼쪽 2번째) 및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 관계자들과 대만 CPC(석유공사) 및 정부 관계자들이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마이크 던비리 주지사 X계정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아시아 동맹국들에 독특한 에너지 기회를 제공한다"며 대만의 참여를 공식 언급했다. 던리비 주지사가 24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한국도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알래스카 LNG는 경쟁력 있는 가격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짧고 안전한 경로로 공급할 수 있다"며 “이번 대만 CPC(대만 국영 석유기업 Chinese Petroleum Corporation)와의 투자 의향서(LOI) 체결은 시장의 관심 확대와 상업적 진전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밝혔다.
그는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와 CPC는 이제 구속력 있는 구매 및 투자 계약 체결을 위한 조달 및 투자 협정에 돌입할 것"이라며 관련 소식이 실린 로이터 기사 링크도 함께 게시했다.
앞서 대만 국영 석유기업 CPC는 지난 20일 타이베이에서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와 알래스카 LNG 구매 및 투자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른바 '의향서'(Letter of Intent, LOI)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측이 향후 정식 계약 체결을 전제로 협력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문서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사업 투자, 인수합병(M&A),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초기 단계에서 활용된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의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해 약 1300km에 달하는 송수관을 통해 남부 항만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44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한다.
대만 경제부는 “미래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생산(업스트림) 부문 투자 참여를 모색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에너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CPC는 미국산 LNG의 지리적 접근성과 파나마 운하를 우회한 운송 효율성 등을 고려해, 이번 참여가 에너지 안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대만은 천연가스뿐 아니라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 구매를 확대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경제 협력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대만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는 한국도 참여하도록 하는 큰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던리비 주지사는 대만 방문을 마친 뒤 오는 24~25일 한국을 방문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국내 에너지 기업들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SK이노베이션, SK E&S, GS에너지, 세아제강 등과의 개별 협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개발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그는 이달 초 의회 연설에서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수조 달러씩 투자하고 있다"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압박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완화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대만의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도 이 같은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알래스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LNG 개발로 환경파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참여기업들로서는 글로벌 환경단체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북극의 날씨를 감안하면 개발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더 증가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LNG 관련 기업들은 쉽사리 참여 의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을 위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필요성과 기업의 경제성 및 리스크 감수 속에서 어떤 협상 결과가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