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속한 아파트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였다. 면적으로는 142.2㎢, 아파트 2천200개 단지 40만호에 달한다. 시가 토허구역을 전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용산구 아파트도 규제를 받게 됐다. 사진은 24일 서울 용산구 한 부동산 모습.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정책 혼란에 정부가 사실상 한 달 만에 가계대출 정책을 번복하면서 대출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앞선 토허제 해제 구역의 집값 상승 여파로 은행권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에 들어간 가운데 급하게 대출문이 닫힌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규제 지역 갭투자 다시 묶인다…시행 직전까지 대출 '문전성시'
24일 서울시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6개월 동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2200개단지 40만 가구 대상에 전세 낀 매매, 갭투자가 금지된다.
토허제 재지정 발표에 따라 24일 시행 전까지 부동산 매입을 서두르려는 움직임이 대출 현장에 급격하게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들어온 대출 관련 문의가 평상시 대비 1.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일각에선 24일 시행 전까지 대출을 마치려는 수요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번 정책 변화로 대출 시장도 한 차례 크게 출렁였다. 실제로 토허제가 풀린 지난달부터 한 달 동안 대출이 크게 확대됐다. 가계대출 잔액은 2월 말 기준 736조7519억원에서 이달 13일 기준 737조868억원으로 3349억원 증가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에 있는 전용면적 84㎡ 평균 거래가가 모두 20억원을 넘어섰다. 집값 폭등기였던 2021년 11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아파트 매수 수요에 비례해 대출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출 실행 소요 기간인 2~3주의 시차를 감안하면 토허제 해제 발표 직후인 2월 중순 이후부터 확대된 대출신청이 이달 대출 규모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전날까지 이어진 대출 규모를 더하면 대출 쏠림 현상이 이달 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한도가 부족한 차주의 경우 신용대출을 통해 자금을 보완하는 사례로 인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도 이달 기준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고스란히 대출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대출을 앞둔 수요자들로부터 각종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정책 불안정성에 의해 은행권의 대출 기조가 수시로 바뀌고 있어서다. 대출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명목으로 주담대·전세자금대출의 급격한 규제를 겪었다가 지난달 토허제의 해제와 금리인하를 비롯해 실수요자 위주로 제한했던 주담대 관련 규제 완화가 이어졌고, 현재 토허제 재지정을 기점으로 다시 규제가 강화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 대출문 잠근다…시장 급변에 실수요자 혼란도

▲토허제 재지정 발표에 따라 24일 시행 전까지 부동산 매입을 서두르려는 움직임이 대출 현장에 급격하게 나타났다.
현재는 또 다시 은행권의 대출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다주택자와 전세 낀 매매의 신규 대출 제한에 들어간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다주택자의 서울지역 주택구매 목적 주담대와 서울 지역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걸어잠근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1주택 이상 보유자 대상 토허제 규제 대상 지역 주택 구매 목적에 대한 신규 주담대를 중단한다. 앞서 지난 21부터 NH농협은행도 갭투자 억제를 위해 서울지역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했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담대나 조건부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런 시장 변화에 당장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았다가 올해 1월 2일 재개했는데 이달 21일부터 다시 서울 지역 대상 관련 대출을 막았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9월 수도권 유주택자 대상 대출을 제한했다가 지난달 21일 해제했고, 한 달 만인 오는 28일 다시 제한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런 기조 변동 속에서 대출을 신청한 수요층이 은행별, 거래 형태별, 주택 유무 등 조건별로 들쑥날쑥한 결과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건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은 올 들어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따라 지난달부터 주담대 가산금리를 0.1~0.3%p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당국은 추후 토허제 규제 기간의 연장이나 마포·성동 등 인근 지역의 추가 지정을 검토 중이다. 과열 우려가 있는 서울 주요 지역에선 다주택자와 갭투자자 대출도 관리하기로 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대출 금리 인하를 반영하자마자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갭투자를 차단하도록 관리 조치를 강화하라는 기조가 내려오면서 정부 요구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후 추가 대출 관리에 대해서도 열어놓았기에 명확한 노선이 정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대출 기조 변경에 따른 실수요자 혼란이 이 이상으로는 번지지 않을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토허제로 대출 시장 변동성이 찾아왔지만 이에 영향을 받는 대출 수요층이 한정적이란 이유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대출시장 혼란의 영향은 토허제에서 기반했는데, 토허제에 영향을 받는 대상은 주로 강남 아파트 매수 수요자들이기에 앞으로의 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