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뉴욕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은 물론 인기가 높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의 보유량을 더욱 늘리는 방식으로 하락장에 대응하고 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미 월가에서의 암울한 분위기는 미국 예외주의에 가장 헌신적인 지지자들인 한국 개인투자자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 증시에 대한 한국 투자자들의 믿음은 몇 년 만에 가장 큰 시험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전 세계 교역국들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에 포문을 열자 기술주 중심 나스닥 100 지수는 올들어 6% 하락했다. 특히 수년간 뉴욕증시 강세장을 주도해온 미국 7대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 주가는 몇 달 동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월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과거에 제시했던 목표주가 전망치를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증시 하락장에 손실을 보고 있는 한국 개인투자자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에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투자자 A씨는 지난해 자신의 집을 팔아 미국 주식을 사들였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A씨가 48만달러(약 7억 382만원)를 들여 매수한 엔비디아 주식은 현재 손해율이 10%에 이르고 6만9000달러(약 1억 117만원)로 매수한 테슬라 주식은 가치가 40% 증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 때 당시 한국 증시는 너무 안좋아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한국 주식을 처분했었다"며 “미국 증시는 결국 오르기 때문에 단타로 5%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타가 장기투자로 변했다"며 “수익으로 전환될 때까지 미국 주식을 보유하기로 결심했고 필요하다면 5년, 심지어 10년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하락장에 미국 주식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인용해 서학개미들이 지난 20일까지 미국 주식과 ETF를 사들인 금액이 102억달러(약 14조 9613억원)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로, 올해 순매수 금액은 22억달러(약 3조 2263억원)로 나타났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8% 폭락했고 이달 15% 더 하락했는데 서학개미들은 이달에만 8억3600만달러(약 1조 2259억원)로 테슬라 주식을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은 또 연초부터 지난 20일까지 미국의 인기 레버리지 ETF 5개에 25억달러(약 3조 6657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이들은 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엔비디아 등에도 주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 29세 개인투자자 B씨는 “한국은 과거의 빠른 경제 성장을 더 이상 못 볼 것"이라며 “미국은 규모가 더 크고 활발해 기업들이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월급 중 3분의 1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가 작년말 받은 희망퇴직 퇴직금으로 미국 주식과 레버리지 ETF를 더 사들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