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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관세전쟁’ 와중 美·EU 그린정책 제각각···韓 기업 고민 깊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24 14:46

美 화석연료 찾는데 EU 환경규제 다각화

에너지 안보 강화하고 산업경쟁력 확보 차원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에 보호무역주의까지 변수 가득

“성장 중심으로 접근하도록 전략으로 바꿔야”

자료사진. 풍력·태양열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단지 이미지. 출처=AFP/연합.Wind Turbines In Palm Springs, California

▲자료사진. 풍력·태양열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단지 이미지. 출처=AFP/연합.

전세계 무역 시장에서 '관세전쟁'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그린정책' 불확실성도 높아져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시대 부활을 외치며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쌓고 있고 유럽연합(EU)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등을 활용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ESG 정책을 '성장 중심'으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미국·EU의 그린성장 전략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화석연료 중심의 '반(反) 그린정책'을 강화하는 반면 EU는 일부 규제 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그린정책'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산 확대를 공식화했다. 또 그린뉴딜 폐기, 배출가스 기준 완화 및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하는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 청정경쟁법(CCA)을 활용해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고탄소 배출 수입품목에 '탄소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EU 분위기는 다르다. 화석연료로 회귀한 미국과 달리 기존에 추구하던 그린딜 성장 기조는 유지하되 규제 기준을 완화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 2월 발표된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해 그간 기업의 부담으로 지적되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CSDDD), '지속가능성 보고'(CSR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정책 적용 시기를 연기하거나 의무를 대폭 완화했다.


미국과 EU의 그린정책 비교. 출처=한국무역협회.

▲미국과 EU의 그린정책 비교. 출처=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미국과 EU의 그린 전략이 상반된 방향성을 보이고 있지만 모두 에너지 안보 확보와 전략산업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정책 방향성에 따라 발생할 새로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양 지역 모두가 주목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액화천연가스(LNG) 운반 선박, 터미널·저장시설 등 인프라 투자 확대에서 기회를 찾는 식이다.




박소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각국이 앞다퉈 자국 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만큼 우리도 성장형 탄소중립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며 “특히 우리 기업 경쟁력이 높은 SMR, 친환경 선박 관련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제 규약 및 기준 제정 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주최로 지난달 열린 '제10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는 미국·EU 그린정책에 우리 정부·기업이 대응하는 방안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ESG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통상 환경 변화에 맞는 유연한 사고를 지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대응방안을 제시하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여파로 기업들이 ESG 경영 관련 정책을 후퇴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럼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다. ESG 경영을 위한 내부 기반을 마련하고 관련 공시 데이터·정보 수집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정책 파편화가 심화된다는 점에 주목해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진단했다.


세미나에서는 각종 ESG 정책을 '성장 중심'으로 접근하도록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나왔다. 무협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가 제시한 시사점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장현숙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신무역전략 실장은 “미국은 대대적으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고 EU는 규제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금융지원이나 기업 성장을 돕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탈탄소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법안까지 바꾸며 태도를 전환했다"며 “한국 역시 더 늦기 전에 ESG 기후관련 정책을 성장 중심 전략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윤희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반 그린정책을 추진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가 4년이지 100년이 아니라고 자주 말한다"며 “재생에너지는 끝났다 이런 관점보다는 오히려 전력이 부족한 상황을 감안해 원자력이나 SMR,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시장에 다차원적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일 개최한 '2025 ESG 경영 콘퍼런스'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공유됐다. 당시 행사에서는 미국·EU 등에서 ESG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경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규제 폭과 속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국제사회와 시민의 ESG 요구는 변함없다"며 “우리 기업들도 ESG를 리스크 관점에서 바라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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