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 Veracone 투자컨설팅 대표
트럼프가 공언한 일반관세 부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말 관세 부과에 대해 나라마다 유연성(flexibility)를 두겠다는 발언을 했지만 자기가 서명한 미국, 캐나다, 멕시코 관세 자유협정인 USMCA마저 무시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 전례를 보면 우리처럼 FTA를 체결한 나라들도 관세 폭탄에 자유로울 수는 없을 거다. 게다가 우리는 협상의 수장의 부재로 미국과 협상할 컨트롤 타워도 부재한데 올 1월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로 지정돼 걱정이 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 우려, 무역 갈등 그리고 국제 무역의 재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주식은 요동을 치고 있다. 오히려 관세 폭탄을 대비하여 금리와 자국 통화를 절하한 유럽과 경기 부양을 공약한 중국, 홍콩의 주가지수는 반사 이익을 얻어 올 초 10% 넘게 상승하였다. 우리 주식시장 또한 레거시 반도체 가격 상승 사이클에 더해 미국으로 갔던 투자 자금이 회귀하고 외인들도 반도체 주식을 매입하면서 미국과 디커플링을 하면서 10% 넘게 상승하였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 재정 건정성을 회복하겠다는 목적으로 그의 취임 첫날부터 불도저처럼 밀어 부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미국이 보호무역과 관세 부과 특히 94년 클린턴 대통령의 슈퍼 301조 관세 부과를 생각한다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하다. 트럼프와 그의 내각들은 관세 부과로 인한 인플레는 일시적이고 향후 재정이 건전화 되면서 개인들의 세금을 줄여 주면 가용할 돈이 많아져 오히려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관세 부과로 나타난 일반적 현상들은 제조업 생산 비용 증가, 산업 경쟁력 저하, 정책 불확실성 증가, 공급망 재편성 그리고 무역 분쟁이었다. 트럼프가 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리먼 사태 같은 부작용을 과감하게 정리할 목적이 아닌 단순히 맥킨리 시대로의 회귀를 원한다면 그의 관세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 거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94년 클린턴이 발효한 슈퍼 301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당시 슈퍼 301조로 인해 세계 무역은 위축되고 미국의 재정 건전화를 위한다고 달러의 공급을 줄이면서 3년 후 동남아시아와 우리 나라에 IMF 사태를 유발하였다. 그 악몽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을까? 미국은 당시 우리나라에 자동차 산업에 대해 슈퍼 301조를 부과하여 자동차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고 당시 20%에 가까운 국내 금리 대비 달러의 낮은 이자만 생각하고 환율의 변동을 무시한 채 단자사들이 차입한 단기 달러 부채로 인해 온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IMF 사태가 발생했었다. 글로벌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 자기네 1등 수출품인 달러의 수출 즉 공급을 줄이는 순간 달러의 패권은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증가한다. 그리고 달러의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세계 무역의 축소와 자산 가치의 하락을 예고하는 예고편이 될 수 있을 거다.
우리의 핵심 산업은 역시 반도체와 2차 전지다. 미국 반도체를 살리기 위해 우리와 대만의 반도체 물품에 얼마나 많은 관세를 부과하는 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과거 슈퍼 301조의 부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어 IMF를 겪었듯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생각보다 과하게 부과된다면 민감국가로 분류돼 원전과 4차 산업의 핵심 기술 협력이 힘든 상황에서 또 다시 슈퍼 301조와 같은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 폭탄으로 다시금 3년 후의 경제 불황이라는 공포가 살아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모든 걱정이 기우일지 아니면 T.S.엘리옷의 말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