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건설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6·27 대출 규제 이후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 위해 시니어주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던 '실버주택' 사업에 중견 건설사들도 속속 가세하며 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추세다. 실버주택 시장이 단순히 틈새 시장이 아니라 초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건설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등장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에 이어 중견 건설사들까지 속속 실버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츄손 BS한양은 전남 해남·영암 일대 '솔라시도' 프로젝트 주거단지에 실버주택 모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솔라시도는 약 1억 평 부지에 골프장·관광시설·호텔·물류단지·스마트시티 기능을 집약한 전원형 계획도시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장과 관광시설, 신라호텔급 숙박시설, 종합병원, 스마트시티 인프라 등을 갖춘 복합 커뮤니티 구상을 바탕으로, 실버 계층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거 환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견사 우미건설은 경기 구리 갈매역세권에서 국내 첫 LH 주도 실버스테이 사업에 참여했다. 고령층 맞춤형 주거공간과 의료·편의시설을 결합한 형태로, 회사는 향후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인천 서구 청라의료복합타운 내 실버주택 공급도 검토 중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이미 실버주택 사업에 뛰어든 회사들이 많다. 고급화·차별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선보이는 고급형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810가구)가 대표적 사례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와 하우스키핑을 제공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월계동 광운대 역세권 개발에서 '웰니스 레지던스' 768가구도 있다. 하나은행과 연계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대우건설은 경기 의왕에서 세대공존형 단지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아침', 현대건설이 은평구와 용인에서 각각 추진 중인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 사업 등도 고령자들이 주 수요층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시니어주거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앞으로 젊은 세대보다 나이 든 세대의 주거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이지만, 잘 만들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며 “특히 고급화와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돈 있는 시니어'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공 요인은 적절한 타깃층 설정과 서비스·운영 역량 확보"라며 “과거 지방 실버타운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운영비 부담, 입주자격 규제, 도심 내 혐오시설 인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5060세대가 인구 구조상 가장 빠르게 늘고 있고, 구매력도 가장 강하다"며 “건설사들이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으로 시니어주거 사업을 주목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들은 의료기관·운영사·호텔업체 등과 협력망을 구축하며, 시니어주택을 장기 수익 모델의 한 축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업계는 시니어주택이 건설사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