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 우려로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석 달 만에 다시 나빠졌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식당에 폐업 안내문이 붙은 모습.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서민 등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가 좀처럼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강 대 강' 정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소비자심리지수는 아직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고,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20년 2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부진에...소비자심리지수, 1.8p↓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현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 대비 1.8포인트(p) 내렸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향후 소비지출전망 등을 설문조사해 그 결과를 지수화한 통계자료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임을, 100을 하회하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CCSI) 및 구성지수 기여도.(자료=한은)
CCSI는 지난해 11월 100.7에서 12월 비상계엄으로 88.2까지 하락했다가 1월(91.2), 2월(95.2) 2개월 연속 올랐지만, 3월 다시 하락했다. 이혜영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 팀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1월, 2월 조금 회복됐지만, 3월에 다시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아직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며 “장기 평균도 하회하고 있어 아직은 좋지 않은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면 현재생활형편(87)은 전월과 동일하고, 생활형편전망(92)은 전월 대비 1포인트 내렸다. 가계수입전망(96)과 소비지출전망(104)은 전월 대비 각각 1포인트, 2포인트 내렸다.
현재경기판단(55)은 전월과 같았지만, 향후경기전망(70)은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72)과 금리수준전망(92)은 전월대비 각각 2포인트, 7포인트 내렸다.
다만 이번 소비자심리지수에 탄핵안 선고 지연에 따른 영향은 많지 않았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이 팀장은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내수 부진, 수출 증가세 둔화에 따른 성장세 약화 우려 등으로 하락했다"며 “향후경기전망이 전월 대비 3포인트 내린 배경에는 수출 증가세 둔화, 성장률 전망치 하향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쌓여가는 부실채권...“여야, 소모적 정쟁 그만"

▲여야가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일자리 창출, 구조개혁 등은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한 탓에 서민들은 향후 경제에 대한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회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이처럼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부실채권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은 14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2020년 6월 말(15조원) 이후 최대치다. 이 중 기업여신 부실채권이 11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가계여신(2조8000억원), 신용카드(3000억원) 순이었다.
작년 4분기 중 신규발생 부실채권은 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5조1000억원) 대비 7000억원 늘었다.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전분기 대비 6000억원 증가한 5조6000억원이었다.
문제는 해당 통계 외에도 실제로 자영업자,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여야가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노동 생산성 향상, 일자리 창출, 구조개혁 등은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한 탓에 서민들은 향후 경제에 대한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탄핵 선고 지연으로 광화문, 종로 일대에 집회나 시위가 계속되면서 인근 식당들은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며 “언제쯤 이 고통이 끝날지 알 수 없어 더욱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생업 현장에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보다 더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여야는 민생은 외면한 채 오직 정권 사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고래(여야) 싸움에 새우등(서민) 터지는 격"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 원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안정돼야 국가 차원에서도 경제 정책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