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해 거리(사진=EPA/연합)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 이후 승승장구해왔던 중국 증시가 빅테크(대형 기술 업체) 중심으로 조정 국면(직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은 테크 기업 30개로 구성된 홍콩 항셍테크 지수가 이날 장중 최대 4.1% 급락해 지난 18일 고점대비 9% 넘게 빠졌다고 보도했다. 불과 5거래일 만에 조정 국면에 근접한 것이다. 항셍테크 지수는 지난 1월 13일 연 저점인 4221.92까지 떨어졌지만 AI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18일까지 45% 가까이 급등했다.
이처럼 중국 빅테크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된 배경엔 딥시크 충격 이후 중국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식은 데다 기업 실적 또한 이미 주가에 반영이 된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이날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샤오미는 전날 주당 53.25홍콩달러(6.85달러)에 8억주를 매각한다고 거래소 신고서를 통해 밝혔다. 샤오미는 앞서 주당 52.80~54.60 홍콩달러에 7억5000만주를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최근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물량을 늘렸다. 이날 샤오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32% 급락한 53.40 홍콩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중국 1위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가 홍콩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56억 달러(약 8조1855억원)를 조달한 바 있다.
UOB케이하이안의 스티븐 리엉 이사는 “기업 실적은 지금까지 양호했지만 서프라이즈를 안기기엔 충분하지 않았다"며 “샤오미의 주식 매각 소식이 시장 심리를 짓눌렀고 일부 투자자들은 물량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자금조달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할인된 가격으로 물량이 늘어난다는 점에 주가는 즉각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는 AI용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거품론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알리바바그룹 이사회 차이충신(조 차이) 의장은 이날 홍콩에서 열린 HSBC 글로벌 투자 서밋 행사에 참석해 데이터센터가 AI 서비스 초기 수요를 초과할 정도로 빠르게 건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종의 버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프로젝트는 활용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투기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서 걱정되기 시작했다"면서 “수십억 혹은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나타나고 펀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 회장의 발언 여파로 알리바바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84% 하락한 127.7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삭소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 전략가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둘러싼 잠재적 거품에 대한 알리바바의 경고가 압박을 가중시켰다"며 “이는 과열된 AI 테마가 단기적으로 제동에 걸릴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항셍테크 지수 종목인 써니옵티컬 주가도 이날 10% 급락했다. 전날 공시를 통해 과잉공급을 예상하면서다.
향후 중국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중국이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