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 증시 전망을 두고 일제히 비관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매도세가 진정됐다는 미국계 IB들과 정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관세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미 증시 전망에 대해 IB들의 의견이 지역별로 엇갈리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IB인 UBS는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최대 5300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S&P500 종가(5776.65) 기준으로 향후 8%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누 바웨자 수석 전략가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가 “눈에 띄게" 둔화됨에 따라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이는 증시에 하방 압박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그는 고용, 소비 등 경제지표들이 경고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2.9(1985년=100 기준)로 2월(100.1) 대비 7.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인 데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93.5)도 밑돌았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실물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영국계 대형 은행인 HSBC 또한 미국 증시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HSBC의 맥스 케트너 수석 다자산 전략가는 이날 투자노트를 통해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다. HSBC가 지난 10일 미국 주식에 대해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것을 감안하면, 이달에만 투자의견이 두 단계 강등된 것이다.
케트너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이 4월 2일 이후 사라질 확률이 꽤 낮아 보인다는 점"이라며 지속적인 관세 소음이 실제 경제활동에 기반한 경성(hard) 지표까지 확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HSBC는 또 현재 투자심리와 포지셔닝은 매수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모멘텀 신호는 반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도세가 추가로 출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JP모건(사진=로이터/연합)
UBS와 HSBC 등 유럽계 IB들의 미국 증시 전망은 미국계 IB들과 상반된다.
실제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에버코어ISI 등의 전략가들은 시장 심리와 투자 포지션, 계절성 등의 지표를 근거로 뉴욕증시에서 이어졌던 매도세의 최악이 지났다고 고객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내고 “단기간 안에 급격한 포지션 정리가 발생할 위험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3~4개월 동안 시장이 약세를 보였던 이유는 관세와 무관하다"며 S&P500 지수가 단기적으로 59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버코어의 줄리언 이매뉴얼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 여파로 시장 심리가 매우 부정적이라면서도 “우리가 겪었던 2보 후퇴가 해소 과정에 있으며 더 높은 가격으로 3보 전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야데니 리서치 등은 S&P500 전망치를 소폭 낮췄지만 미국 증시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관세 불확실성, 인공지능(AI) 버블 가능성 등을 근거로 지금이 저가 매수 적기인지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시 면제가 일부 허용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에 대상이 되는 국가들은 보복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불만을 표출해온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내달 1일과 13일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여기에 2년 동안 이어진 AI 붐이 끝났다는 우려가 증시에 또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공개한 지표에 따르면 자사 고객들은 8주만에 처음으로 미국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