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난청환자 80만명대 급증세 '청력건강 비상'
고령화시대 노년층 40% '노인성 난청' 고통
고도난청 환자는 보청기 한계 인공와우 필요
선천성 난청 신생아 생후 7∼8개월 수술 적기
분당서울대병원 2천례 성공 '재활치료 선도'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에서 구자원 교수가 난청 환자의 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귀는 크게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로 구분된다. 외이와 중이는 귀로 들어온 소리를 증폭해 내이까지 전달하고, 내이는 전달받은 소리를 감지·분석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난청이란 이러한 과정에 문제가 생겨 작은 소리를 듣기 어렵거나 들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귀 질환 분야를 다루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학술단체인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인구 중 15∼20%는 청력에 크고 작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 신생아 1000명 중 2명 안팎 비율로 선천적 난청이 생긴다. 나이 들어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성 난청은 65세 이상에서 10명 중 4명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서 연간 난청 진료환자는 2018년 58만 7637명에서 2019년 65만 646명으로 60만 명대에 진입했고, 2023년 80만 368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난청 해결의 궁극적인 방법은 '인공와우 수술'이다. 손상된 달팽이관을 대신할 장치를 귀 뒤에 이식하여 소리를 듣게 해주는 수술이다.
보청기로도 말소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고도난청 환자는 인공와우 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인공와우는 △외부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어음처리기 △피부 밑에 삽입하는 내부장치(임플란트) △달팽이관의 역할을 하는 전극 등으로 구성된다.
어음처리기가 음향을 포착하여 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고, 이 신호는 코일을 통해 체내 임플란트로 전달되며, 임플란트의 전극은 직접 청신경을 자극해 전기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뇌는 전기신호를 소리로 인지하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보청기가 외부 소리를 증폭해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돕는 방식이라면, 인공와우 수술은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전자장치를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달팽이관의 손상이 심해 청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도난청 환자는 보청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인공와우가 유일한 재활수단이 된다. 선천성 난청은 1000명당 1명의 빈도로 고도 이상의 난청이 발생하는데, 1세 미만에서 90데시벨(dB) 이상의 양측 심도 난청이 있거나 1세 이상에서 양측 70dB 이상의 고도 난청이라면 보청기만으로는 청력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의 최병윤 교수가 인공와우 수술의 효과와 난청의 조기진단의 중요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환자 99% 평생 1회 수술로 난청 고통 해결"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이비인후과 구자원·최병윤·송재진 교수)는 3월에 인공와우 수술 누적 2000례를 달성했다. 이달 17일 기준 2008례를 기록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최적화된 맞춤형 인공와우 수술을 위해 뇌파 검사, 영상 검사, 유전자 분석 등을 활용해 치료에 접목하고 있다. 수술전 평가와 정확한 수술 계획 수립을 위해 다양한 진료과와의 협진은 물론, 수술의 성공과 청력 회복을 목표로 언어치료실, 청각검사실, 청각재활실 등 전문 검사실과의 체계적 진료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최병윤 교수는 “환자 중 99%는 평생 단 1번의 수술이면 충분하며, 수술 자체도 소아의 경우 전신마취로 약 1시간 반이면 끝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병원에서 전문의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다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태어나면서부터 고도 이상의 난청을 앓는 경우는 생후 9개월 이전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것이 두뇌 및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 난청의 원인이 정확하게 파악돼 있고 아이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생후 7∼8개월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인공와우 분야도 새로운 수술 기법이 개발돼 치료성적을 높이고 있다. 고주파 난청 환자의 자연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하이브리드 인공와우 수술'이 대표적이다.
이 수술은 환자의 남아있는 저주파 영역의 자연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고주파 영역만 전극으로 자극해 청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환자가 보다 나은 음질 인식과 음악 감상, 시끄러운 환경에서의 언어 이해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마다 다른 달팽이관의 크기와 형태를 고려해 인공와우 전극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 전극과 신경원 세포의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소리의 명료도와 청력 회복 효과를 높이는 '풀백(Pull-back) 수술'도 있다.
이밖에 유전자 검사와 분자유전학을 기반으로 난청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수술 예후를 예측하는 '정밀의료기반 수술'도 적극 활용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에서 송재진 교수가 인공와우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노화성·소음성 환자 이명 증상도 인공와우 수술로 호전"
난청은 소리를 못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송재진 교수는 “청력이 떨어져 소리를 못 듣게 되면 우리 뇌에서는 보상작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특정소리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짜 신호, 즉 이명을 만들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노화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 환자는 고음쪽 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음의 '삐∼' 하는 이명이 들리며, 반대로 저음 청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웅∼' 하는 저음의 소리가 느껴지는 것이다.
송 교수는 “심한 난청과 이명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후 상당히 호전된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난청과 이명의 증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를 받으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력 회복, 이명 치료를 위한 인공와우 수술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술 후 정확한 매핑(mapping)과 청각 재활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인공와우 수술의 조기 매핑 기법에 대한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하기도 했다. 동시에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환자의 언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구자원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 건수의 증가도 의미가 있지만, 사실 질적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충분한 상담으로 인공와우에 대한 이해를 높여 청각 회복에 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것, 수술 후 매핑 과정, 꾸준한 언어치료가 수술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활동으로 국내외 청각 재활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공고히 하며, 난청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