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한국유럽학회장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한국유럽학회장
오늘날 한국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3년을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5%에 육박하는 250만 명을 넘어섰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외국인 유입이 혼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해당 국가와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협력이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신흥국들과의 교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제 한국의 경제 협력은 유럽과 디지털 무역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면서도 남미 또는 아프리카 국가와는 자원을 개발하는 등 다면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변화는 한국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다자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공통의 과제를 낳는다. 한국의 대외관계가 다양한 국가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국가들과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진정한 국제화는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하여 부드럽고 조화롭게 대응하는 것이며, 그 전제는 사회 구성원의 포용력과 외국어 이해력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외국과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언어 교육은 주로 미국이나 일부 유럽 그리고 영어를 비롯한 몇몇 언어에 집중되었던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국의 다면적 글로벌 협력 시대에 베트남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힌디어 등 다양한 언어 교육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다언어 구사 능력이 국제적인 맥락에서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간편한 통번역 서비스가 일상화되는 상황이지만, 특정 지역이나 외국어에 관한 전문 지식은 결정적인 순간에 전문가에게 의존해야 한다. 비록 그런 전문가가 극소수라고 하더라도, 극소수 전문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 예상하지 못하게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 사회는 이미 그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를 위한 나름의 노력도 해왔다. 예를 들어 2016년 국회는 '특수외국어교육진흥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하였고, 정부는 희소성이 높은 언어 교육을 활성화하고 언어 생태계의 균형을 도모하면서, 일반 대중들의 접근성도 열어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 사업이 추진되며, 표준 교육과정 구축과 산학 연계 인재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특수외국어교육진흥법과 그에 따른 지원 사업은, 일반적으로는 한국에서 사용 빈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언어라도 전략적인 이유에서 교육과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 언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해당 전문가 육성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수외국어교육진흥법과 관련 정책은 희소가치를 지닌 언어를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한국 사회에서 절실하게 관련 전문가를 필요로 할 결정적 순간에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초 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국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국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특수한 언어와 해당 문화의 다양성 및 고유성을 보존하는 역할에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오스어 또는 관련 전문가의 관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고려할 부분이다.
관련 국가와의 다면적 협력에 기반이 되는 지역 전문 지식과 언어는,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수외국어 관련 지역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는 외교망 확충, 공공기관과 기업 대상의 외국어 교육 확대, 전문 인재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러한 진흥 사업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도 연계되어 다양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포용과 국제 협력을 촉진할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 실업 문제를 완화하는 등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