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국제무역학에서는 관세에 대해 혹평하는 이론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으로 관세전쟁의 결과는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는 이웃궁핍화 전략(Beggar-thy-neighbor)이 대표적이다. 이웃궁핍화란 경제정책이나 무역정책을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높이는 대신 다른 국가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정책은 관세부과, 자국 통화가치 평가절하 등의 보호무역정책을 들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이 발발하자 각국이 자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통화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와 관세인상 정책을 사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정책이 확산되었으며 이는 결국 국제무역 축소와 세계경제 침체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이 추진 중인 관세정책은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에 2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에 부과된 타국의 관세 수준에 따라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그의 메시지는 무역갈등을 넘어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관세정책은 과거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준 이웃궁핍화 정책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이는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경기전망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과거 그랬듯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선언한 대로 실행되어 버린다면 결국 각국의 보복관세와 무역축소,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무역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며 생산비용 상승과 소비자 가격 인상,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에서 향후 5~10년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40년만에 4%를 상회하게 된데에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지속되면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앞다투어 경고하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이 대응 관세로 맞서기 시작하면 무역 전쟁이 현실화되고, 이는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흔들리는 세계경제 속에서도 미국경제는 안전할 것인가? 단기적으로 일부 산업은 관세 덕분에 성장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주요 수출산업 타격,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관세의 부담은 미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작용하여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미연준조차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며 통화정책의 조정을 시사하는 상황이다. 아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이 매일 발표하는 GDPnow는 연일 –3~4% 성장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국 관세정책의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경제도 예외 없이 글로벌 경제의 부진에 따라 경기침체나 둔화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경제 역시 이러한 국제적 갈등과 무역긴장 속에서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GDP 대비 수출의존도가 약 40%에 달하는 고도의 개방경제 국가로서, 글로벌 경기 위축은 곧바로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의 수요감소를 초래한다. 특히 미국의 고율 자동차 관세는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최근 현대차의 대규모 미국 투자계획 발표는 관세폭탄의 위험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 또한, 트럼프 1기에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다시 한국의 수출 감소와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악의 순환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자국경제 보호라는 명목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계 각국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역사 속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으며, 다시 한번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돌아보게 하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처한 상황에서 산업의 체질을 고도화하는 구조개선과 동시에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무역분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장기적 방안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서 주요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도 크게 부각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했듯이 우리나라는 강대국들의 분쟁 속에서도 살아남는 모습이 되길 바란다. 문득 영화 인터스텔라 속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세계의 종말이 우리의 종말이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