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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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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산불, ‘축구장 6만 6천여개’ 태웠다…362시간 사투 끝 진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31 13:59

경북 5개 시·군 45157ha, 경남 산림 1858ha 피해…총 28명 사망

주불 진화 완료까지 열흘 가까이 소요…문화재·주택·산림 대규모 피해

'여전히 남은 불씨'

▲31일 경북 안동시 남후농공단지가 산불로 피해를 본 가운데 한 공장에 있는 사료 등이 여전히 불에 타고 있어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연합뉴스

봄철 강풍과 건조한 날씨 속에서 전국 곳곳에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경상북도 의성군과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각각 수일에서 열흘간 이어지며, 인명과 재산, 산림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두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전국적으로 주불 진화에만 총 362시간(경북 149시간, 경남 213시간)이 소요됐으며, 누적 산불 영향 면적은 4만7015헥타르(ha)에 달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160배, 축구장 6만600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31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일원에서 첫 산불이 발생했다. 이후 불은 북쪽과 서쪽으로 확산되며 하동군 옥종면(3월 23일), 진주시 수곡면(3월 25일)으로 번졌고, 26일에는 지리산국립공원 경계까지 접근하며 확산세가 정점을 찍었다.


다음 날인 22일 오전 11시 25분에는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은 의성 전역을 거쳐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북동쪽으로 빠르게 퍼졌다.


두 산불 모두 강한 바람과 건조한 기후가 확산의 주요 원인이었다. 산림당국은 두 지역 모두에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진화자원을 총동원했다. 진화 작업 초기에는 지역별로 헬기 20~30여 대, 인력 수백 명이 투입됐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자 이후 헬기 140여 대, 진화대원 8000명 이상이 동시에 투입되는 등 총력 대응이 이어졌다.




경북 지역의 경우, 불씨는 서풍을 타고 최대 2km 이상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으로 도로와 방화선을 넘나들며 곳곳에서 재발화가 이어졌다. 실제로 안동의 병산서원, 하회마을 인근까지 불이 접근했고, 의성 단촌면의 천년 고찰 고운사는 보물 연수전과 가운루를 포함해 주요 건물이 전소됐다.


경남 지역 역시 험준한 산악지형, 낙엽층의 깊은 불씨, 순간풍속 초속 20m에 달하는 강풍으로 인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리산 자락은 경사도 40도 이상의 급경사지였으며, 낙엽층이 최대 깊이 1m, ha당 무게 300~400톤에 달해 '지중화'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진화 중 인명피해도 이어졌다. 경북 산불에서는 산림청 소속 헬기 1대가 의성 지역에서 추락해 조종사가 순직했으며, 전반적인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4명으로 집계됐다. 경남 산불 진화 과정에서는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중경상자도 10명 이상 발생했다.


진화 작업은 전례 없이 장기화됐다. 산림청은 하루 최대 88대의 헬기, 5500명 이상의 진화 인력, 고성능 진화차량 및 드론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으며, 주한미군이 보유한 CH-47 치누크 대형헬기까지 긴급 투입됐다.


하지만 기상 여건은 도와주지 않았다. 두 지역 모두 산불 진행 중 비가 두 차례 내렸으나 누적 강수량은 1mm에 불과해 실질적인 진화 효과는 거의 없었다.


경북 산불은 발화 149시간 만인 28일 오후 5시 주불 진화가 완료되었고, 경남 산불은 213시간이 지난 3월 30일 오후 1시에 진화가 마무리됐다. 이후에도 잔불 제거 및 뒷불 감시가 며칠간 이어졌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경북 지역 산불 영향 면적은 총 4만5157ha, 경남 지역은 1858ha로 합산 약 4만7000ha에 달했다. 인명 피해는 총 28명 사망, 60여 명 부상. 건물과 시설 피해는 경북 6206곳, 경남 84곳으로 총 6290개소가 소실됐다. 이재민은 두 지역에서 총 8000명 이상이 발생했고, 주택 3500여 채가 불에 타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도 많았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을 “초대형·초고속 산불"로 규정했다. 의성에서 영덕까지, 산청에서 지리산까지 불길이 하루 만에 수십 킬로미터를 번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정부는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복구 및 이재민 지원에 나섰으며, 향후 대형 산불 대응 시스템 전면 재점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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