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용접공과 원전 르네상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6 06:49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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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최근 원전 업계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에너지 위기 이후 세계는 원전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원전에 거리를 두고 있다. 다수의 서구 국가가 원전 밸류체인 붕괴로 예산 내 적기 시공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원전 르네상스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한 건 숙련인력 수급 문제다. 2023년 파이낸셜 타임즈는 프랑스 원전 용접 가능 인력이 500여 명에 불과하며 원전 유지 보수를 위해 미국에서 100여 명의 숙련 용접인력을 불러와야 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1000여 명의 숙련인력이 필요하지만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까지 최소 7년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숙련인력 입장에선 굳이 원전만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대안으로 부상하는 천연가스의 경우 캐나다에서만 LNG 캐나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수백 명의 숙련인력이 필요하며 미국 역시 골든패스를 비롯한 셰일 업계의 동시다발 프로젝트 진행으로 경험 많은 숙련 용접공 수급이 어렵다.


연봉을 4~5배 올려준다고 해도 인력난은 여전하고 배관, 전기 기술인력 추가 부족은 고스란히 공급망 비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골든패스 프로젝트 지연을 선언했고 참여기업 자크리는 지난해 5월 비용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했다.


국내에서도 조선, 플랜트, 반도체, 자동차 산업의 숙련 인력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용접공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원전 6기 건설에 엔지니어와 프로젝트 감독, 보일러 제작과 전기 기술자 등 총 10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반복 건설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원전 건설 '기회'다.


프랑스 국민전선은 마크롱보다 더 공격적인 20기 원자로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는데 에너지 정책만큼은 정파를 뛰어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원전 밸류체인 복구를 원하는 국가들도 이를 뒤따를 것이다.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세계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물결에서 화석연료 투자 급감으로 인한 셰일과 천연가스, 석탄 보틀넥을 겪었다.


에너지 위기 이후 화석연료 수급 부족으로 유가가 급등했고 미국 셰일에 필요한 프랙샌드와 설비 리스 가격이 3~4배가 급등했음에도 관련 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유가가 올라가면 관련기업이 모두 '드릴 베이비 드릴'을 실행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고유가가 아닌 고유가의 '기간'이다.


연봉을 몇 배 더 올려준다고 해도 쉽게 돌아가지 않았던 건 셰일 암흑기에 어렵게 구한 일자리와 터전을 박차고 갈만한 '이유'를 업계가 제시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가 재생에너지냐 아니냐로 싸울 때 '모든 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밸류체인'은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한국 원전은 1971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중단 없는 건설 경험으로 강력한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고 있고 UAE를 비롯한 해외 원전 적기 시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최근 한미 원전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원전과 SMR 분야에 장밋빛 미래를 그릴 만반의 준비가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원전 산업 절대 인력 감소, 불가피한 외국인 노동자 활용과 기술 전수, 베이비붐 퇴직인력 활용과 더불어 신규 인력 유치와 양성은 쉽지 않은 과제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한 '한미 원전 동맹과 k-원전의 글로벌 선도 전략'에서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위기 이후 기후변화가 에너지 안보로 바뀌었듯이 데이터센터와 AI 붐 등 원전에 우호적인 상황이 어느 순간 바뀔 수 있다며 일희일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대로 최근 알리바바 조 차이 회장은 AI·데이터센터 버블을 경고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월에 이어 2기가와트 전력을 소비할 미국과 유럽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과잉공급 우려로 철회했다.


기술과 자본만큼 중요한 건 인력 유치를 위한 향후 40년 원전산업의 비전이다. 수축의 시대, 글로벌 에너지원별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미래에 이 산업에 수십 년 몸을 맡겨도 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퍼미안 분지로 돌아오는 인력은 같은 이유로 원전산업에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며, 시장 상황으로 얻은 것이 아닌 스스로 일궈낸 비전이 가치를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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