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홈플러스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동화전단채(ABSTB) 미상환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롯데카드에게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를 양산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채권을 판매한 주체가 증권사라는 점에서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2일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비대위 임원들은 지난달 30일 롯데카드 본사 앞에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비대위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를 만나 의혹 해소 및 구제방법 등을 논의하고자 했으나, 사측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가 책임 있는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면 별도의 수사를 요청한다는 방침도 표명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 해결의 가장 지혜로운 해법은 카드사가 피해자들의 전단채를 전액 인수하는 것"이라며 “홈플러스로부터 채무를 변제받을 경우 카드사가 제공한 물품구매 기업구매카드의 대금으로 우선 지불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투자피해자들이 참가계약의 비소구 조건으로 인해 카드사에게 채권추심을 할 수 없도록 사전 약정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홈플러스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카드사는 투자피해자들에 대하여 채무 반환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카드사는 채권자로 등록됐으나, 피해자들이 채권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도 이같은 조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에게 채권 인수를 요구하고 나선 까닭이다. 롯데카드가 다른 카드사와 홈플러스 유효신용점수 기준을 낮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을 두고 전단채를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가 30일 롯데카드 본사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의환 집행위원장은 “단기간 돈을 굴릴 수 있다고 해서 넣은거지만, 처음부터 이런 시스템인줄 알았다면 (금융사 지인 등의 권유에도) 채권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비·노후자금·자녀 결혼비용 뿐 아니라 법인 운영자금 등도 날아갈 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연락이 닿은 피해자가 130여명, 피해액은 9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개시가 미환급 사태의 결정적 원인이라면서도 롯데카드가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자금줄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앞서 검찰도 홈플러스·MBK가 신용등급 하락을 알고도 대규모 전단채를 발행,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롯데카드 압수수색 등을 진행한 바 있다.
비대위가 롯데카드와 MBK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것은 홈플러스가 전단채를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하고 조기 변제를 약속했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탓으로도 볼 수 있다. 회생법원의 개입을 촉구하는 동시에 MBK를 다각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솔루션이라는 것이다.
“카드사, 한정적 역할 수행…책임지기 힘든 구조"
반면, 금융권에서는 투자자 선정 등에 개입하지 않은 카드사가 책임질 부분이 크지 않다고 보는 모양새다. 특수목적법인(SPC)에게 카드 대금 매각은 진행하지만, 증권사의 위탁판매 구조는 알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번 전단채는 신영증권이 만든 SPC가 신용카드사들에게 홈플러스 물품대금 카드채권 권리를 양도받고 이를 바탕으로 연 6%(투자기간 3개월)로 발행한 상품이다. 피해자들이 신영증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롯데카드가 MBK의 '방파제' 역할을 맡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카드 지분 59.83%을 보유한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의 최대주주가 MBK(88.11%)지만, MBK가 롯데카드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카드 업황 부진이라는 비우호적 매크로환경에서도 인수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 '몸값'을 높게 부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MBK가 롯데카드의 리스크 확대라는 자충수를 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홈플러스와 신영증권이 서로를 고소한 만큼 책임소재가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