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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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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지니TV 콘텐츠 외부 유통 확대…OTT 통합 구도 속 ‘독자 노선’ 강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7 15:20

‘독점’에서 ‘개방’으로 전략 전환…브랜드 확장·생존 해법 모색
티빙·웨이브 합병엔 ‘신중 모드’…OTT 생태계 판도 흔드나

'신병3' 배우들이 지니 TV 오리지널 슬로건 '어디서나 만날지니'를 소개하고 있다.

▲'신병3' 배우들이 지니 TV 오리지널 슬로건 '어디서나 만날지니'를 소개하고 있다.

KT가 자사 인터넷(IP)TV 플랫폼 '지니TV'에서만 제공하던 오리지널 콘텐츠를 외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으로 유통하기 시작하면서 콘텐츠 유통 전략 전반을 재정비했다. 국내 OTT 시장이 티빙과 웨이브 중심의 통합 흐름에 접어든 가운데, KT는 차별화된 '콘텐츠 독립 노선'에 방점을 찍으며 자체 생태계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 KT, 콘텐츠 유통 전략 '개방형'으로 전환

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그동안 지니TV에서만 제공해온 오리지널 콘텐츠를 외부 OTT 플랫폼에도 순차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폐쇄적인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IP)의 확장성과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전혜진·조민수 주연의 '라이딩 인생'을 지니TV와 티빙에서 동시에 무료 VOD로 공개한 데 이어, 이날 김민호·김동준 주연의 '신병3'도 동일한 방식으로 선보였다. 오는 5월에는 강하늘·고민시 주연의 '당신의 맛'을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공개해, 플랫폼 다변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KT는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콘텐츠 브랜드 슬로건 '어디서나 만날지니'를 선포, 지니TV 오리지널의 정체성과 인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사로서 위상을 높여 종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종수 KT 미디어전략본부장(상무)은 “KT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 많은 시청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유통 전략을 개편했다"며 “국내외 다양한 OTT와 협력해 시장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차별화 콘텐츠로 KT의 콘텐츠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KT, OTT 통합 흐름 속 '거리두기' 행보

업계는 KT의 이번 유통 전략 변화가 티빙·웨이브 통합 구도와 거리를 두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현재 CJ ENM과 SK스퀘어는 각각 보유한 OTT 플랫폼인 티빙과 웨이브를 통합해 국내 최대 규모의 OTT 서비스를 출범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OTT 강자인 넷플릭스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도다.


하지만 합병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아직 합병안에 대한 공식적인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KT는 “유료방송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까지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은 유일한 주체도 KT스튜디오지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최근 실적 악화를 겪으며 콘텐츠 유통 전략 조정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4511억원,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74% 급감했다. 외부 OTT 유통 확대는 실적 회복과 브랜드 노출 극대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선 KT가 자사 플랫폼만으로는 콘텐츠 수익 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외부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유통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OTT 통합 구도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 KT의 '선 긋기', OTT 시장에 던지는 파장

KT의 전략 변화는 OTT 통합 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T가 끝내 합병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티빙·웨이브 통합 일정은 추가 지연이 불가피하다. 콘텐츠 투자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CJ ENM과 SK스퀘어의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현재 국내 OTT 플랫폼은 글로벌 공룡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409만명으로 전월 대비 64만명 증가했다. 이는 2023년 초 '더 글로리' 이후 최고치로, 최근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의 MAU는 각각 705만명, 426만명에 머물며 넷플릭스와의 격차는 확대되는 추세다. 통합 OTT를 통한 콘텐츠 투자 여력 확보와 시너지 창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가 글로벌 공룡들과 경쟁하려면 단순한 사용자 수를 넘어선 콘텐츠 품질과 볼륨이 필요하다"며 “합병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OTT 전체가 경쟁에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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