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라면박람회' 내 농심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대기줄을 서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글로벌을 빼놓고 사업 방향성을 논할 수 없을 만큼 국내 라면업계의 사업전략 나침반이 '수출 확장'을 가리키고 있다.
라면 제품뿐 아니라 즉석조리기·자판기 등 관련 푸드테크 제품까지 외국인들의 관심이 쏠리며 K-라면 수출시장 저변 확대의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고, 라면 제조사들은 K-라면의 수출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 소비접점 확대와 대외통상 리스크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은 K-라면의 해외 확장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현장이 지난 4~6일 사흘간 열렸던 '2025 대한민국 라면박람회'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한동안 중단됐다가 7년 만에 재개한 대한민국 라면박람회는 올해 국내 라면업계의 수출 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징표로 행사장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강남에서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으로 옮겼다.
행사장에서 만난 라면박람회 한 관계자는 “외국인 방문객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코엑스 마곡은 인천국제공항까지 통하는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인접하다"며 “첫날에만 총 5000명이 방문했는데, 체감상 해외 방문객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올해 대한민국 라면박람회에는 라면산업 관련 기업 150곳이 총출동했다. 특히, 행사장 입구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라면 제조사 빅4의 홍보부스는 일제히 해외 방문객을 겨냥한 다양한 콘텐츠로 장식돼 있었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농심은 부스 입구에 대표 브랜드 '신라면'의 수출 역사를 소개하는 한편, 전략제품 '신라면 툼바'와 수출전용제품 '신라면 치킨'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실제로 농심 라면제품을 맛볼 수 있는 시시존은 방문객들로 가득 붐벼 농심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인기로 30분 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해 줄 정도였다.

▲대한민국 라면박람회 내 삼양식품 부스 전경. 사진=조하니 기자
불닭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도 해외 주력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수출전용 제품인 '푸팟퐁커리불닭볶음면'를 비롯해 각종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물론, 해외 전용 브랜드인 '탱글' 신제품 3종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푸팟퐁커리 불닭볶음면과 맵탱은 해외에서만 판매했지만, 조만간 국내 출시도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라면박람회 내 오뚜기 부스 전경. 사진=조하니 기자
오뚜기는 부스 전면에 '진라면' 글로벌 앰버서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과 함께 한 캠페인 영상을 띄워 방문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최근 리뉴얼한 로고와 수출용 패키지가 입혀진 기존 진라면 매운맛·순한맛, 수출 전용 진라면 야채맛 등 해외파 제품을 알리는 데 공들이는 분위기였다.
팔도의 경우, 주력 수출제품 '팔도비빔면'과 도시락 등의 고객 경험 강화에 무게를 뒀다.
팔도대학교를 콘셉트로 도서관·강의실 등 다양한 공간을 조성해 각종 체험형 콘텐츠를 통한 증정 행사도 펼쳤다.

▲관람객들이 대한민국 라면박람회 내 팔도 부스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라면 인기에 힘입어 푸드테크를 적용한 관련 중소기업 제품까지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 즉석 라면 조리기 '마이어' 제조사 마이하우스의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차원에서 참가했으나 의외로 미국·멕시코 위주로 외국인 바이어들의 제품 문의가 많았다"면서 “현재는 국내 판매만 진행 중이나 행사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 수출할 의향이 크다"고 말했다.
무인 라면 솔루션을 선보인 자판기 개발·제조사 동서테크 관계자도 “현재 B2B(기업간 거래)는 물론 전국 단위로 소매 판매와 함께 수출도 병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번 행사에 슬로베니아, 체코, 아이슬란드 등 유럽 바이어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같이 대한민국 라면박람회에서 라면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부각되는 가운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로 상승세를 탄 K-라면의 수출이 발목 잡히지 않을까 하는 업계의 근심도 역력히 드러났다.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관세 영향이 비교적 덜 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심과 달리 다른 경쟁사들은 미국 라면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탓에 미국 관세 부과에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다만, 팔도는 미국에서 올리는 매출 비중이 크지 않고, 내수 비중이 약 90%로 오뚜기도 비교적 타격이 덜 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더욱이 오뚜기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면공장 설립 계획에 따라 현지 부지 매입 뒤 주정부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에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만 77%인데다 전체 해외 매출 1조원의 28%를 미주 지역에서 올리고 있는 삼양식품은 '미국 관세' 후폭풍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도 지난 4일 라면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국법인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관세뿐만 아니라 금리·환율의 변동도 면밀히 살펴보고 (관세 대응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