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무산된 두산그룹이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재편의 새로운 청사진을 가다듬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새로운 청사진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두산그룹의 신규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그 방향성 살펴본다. <편집자주>

▲두산밥캣 스키드-스티어 로더
두산그룹의 핵심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 올해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의 건설 업황 악화로 밥캣의 주요 사업 영역인 건설장비 산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한 탓이다.
최근 밥캣이 과거 계열사였던 두산모트롤을 재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올해 안에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다만 밥캣의 주요 매출처가 미국 시장인 만큼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밥캣 올해 실적 목표, 지난해 실적보다 12% 낮춰서 설정
7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올해 밥캣의 영업실적 역성장을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밥캣은 올해 영업실적 목표로 매출액 8조4000억원과 영업이익 8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8조5512억원과 영업이익 8714억원에 비해서 각각 12%와 37% 오히려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의 건설 산업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
밥캣의 주력 사업은 건설기계군 중에서도 소형 장비다. 매출액의 약 80%가 소형 장비에서 나온다. 동시에 주력 시장으로 미국(74.08%)과 유럽·중동(15.28%)의 매출 비중이 90%에 가까운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에 미국의 경기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1월 건설 지출은 전월 대비 0.2% 줄었다.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 건설 경기가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부터 4.5%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역시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유로존의 주요 심리지표가 모두 위축되고 있고, 산업재 부문도 하락폭이 크다. 건설 생산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건설 허가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두산그룹도 핵심 캐시카우인 밥캣의 실적 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누적 3분기(1~9월) 밥캣의 영업이익은 7010억원으로 두산그룹 7개 상장사의 합산 영업이익 1조478억원의 66.9%를 차지했다. 밥캣의 수익성이 흔들리면 그룹 전체의 수익성도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두산그룹, 밥캣 움직여 모트롤 재인수 마무리…올해 실적 변수는 원·달러 환율
이에 두산그룹은 미국과 유럽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2021년부터 밥캣이 ㈜두산의 산업차량 부문을 인수토록 했다. 지난해에는 계열사였던 모트롤을 재인수하도록 했다.
모트롤은 1974년 설립된 유압기기 제조기업이다. 2008년 두산중공업에 인수돼 두산모트롤이 됐다가 2010년 두산에 합병돼 모트롤사업부문으로 변경됐다. 두산그룹은 지난 2021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사모펀드에 모트롤 지분 100%를 453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밥캣이 영위하는 건설장비 사업과 유사한 영역의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지속적으로 흡수 합병시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 부문의 규모가 크지 않고 성장성도 높지 않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 등 다른 계열사의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밥캣이 다른 사업 부문에서 대규모 M&A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다만 밥캣의 주요 매출처가 미국 지역인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밥캣의 영업실적 목표는 원·달러 평균 환율을 1320원으로 보수적으로 가정한 결과다.
반면 올해 초부터 4월 4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5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이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유지한다면 환차익 효과로 밥캣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환율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이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로보틱스 등 다른 계열사를 육성하는 동시에 캐시카우인 밥캣의 실적도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라며 “올해 미국의 경기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밥캣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