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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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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맞이한 K-배터리 ‘한국판 IRA’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7 15:19

美 25% 관세에 국내 배터리 3사 간접적 영향

새로운 먹거리 ‘ESS’ 가격도 단기적 상승 전망

“한국판 IRA 통한 직접 보조금 지급 제도 절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

미국의 25% 관세 조치로 한국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전기차 캐즘의 대안으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원가가 올라 부담은 늘었지만 34%의 관세를 맞은 중국과 비교했을 땐 오히려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선 '한국판 IRA((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배터리 시장에서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을 선언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관세 인상에 해당하는 품목이 양극재, 음극재 및 기타 원부재료 등이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경우 모두 미국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타격이 엄청나진 않지만 배터리 셀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관세 사정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한국판 IRA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의 대체 먹거리로 ESS에 집중하고 있다. ESS는 원료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관세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판 IRA'로 불리는 개정안은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시 기존의 법인세 공제 방식 외에도 직접 현금 환급, 제3자 양도 방식 등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지정 이후 투자된 자금에 대해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기존 투자에 대해서도 수천억원 수준의 환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배터리업계는 투자 15%, 연구개발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흑자 기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지난해 시장 부진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국내 3사는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간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배터리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미국은 배터리팩을 생산할 경우 킬로와트시(㎾h)당 최대 45달러를 현금으로 주고 있고 배터리 공장 투자액의 30%를 보조금으로 돌려준다. 이에 국내 업계도 세액공제가 아닌 '직접 보조금 지급'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는 국가에서 지정한 첨단전략산업 중 하나로, 향후 UAM, 드론, 로봇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필요한 핵심 산업"이라며 “소재 및 장비까지 국내 업체들의 밸류체인이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이와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의 이차전지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실효성 있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개정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현지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북미 ESS 시장에서 K-배터리의 대응력을 끌어올릴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은 전력망 수요를 중심으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ESS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23년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한화큐셀과 4.8GWh,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에 이르는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증설 라인을 ESS 생산에 활용해 기존 계획이던 애리조나 공장보다 1년 빠른 북미 현지 생산 전환이 가능해졌다.


삼성SDI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ESS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차세대 ESS 전용 배터리 'SBB1.5'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37% 높여 5.26MWh 용량을 구현하며, 대형 ESS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삼성SDI는 2026년부터 ESS 라인업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추가해 고밀도 NCA 배터리와 함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다양한 수요와 가격대를 커버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SK온도 올해 말까지 북미 ESS 시장 진출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재편하며 조직 역량을 강화했고 미국 IHI테라선솔루션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북미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SK온 관계자는 “ESS 시장 진출 준비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어느정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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