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나광호

spero1225@ekn.kr

나광호기자 기사모음




‘일장자’ 손해율 악화, 올해 손보사 발목 잡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9 16:35

투자손익 개선에도 실적 하락 전망…보험손익↓

신한투자증권 “합산비율 모두 상승, 유래 없다”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변화, CSM 악영향

자동차사고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서 25t 화물차와 시외버스가 부딪힌 모습

손해보험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성과를 창출했지만, 올해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1조4412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54억원(약 30.9%) 감소한 수치다. 4곳 모두 실적이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욱 낮은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일명 '일장자(일반보험,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진 탓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래없이 장기·자동차·일반 합산 비율이 모두 상승했다"며 “보험손익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합산 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값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4조9095억원에서 4조706억원으로 20.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화재를 필두로 투자손익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겠으나, 총 순이익이 5조2588억원에서 4조8367억원으로 8.7% 하락한다는 논리다. 4사 중 실적이 나아지는 곳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화재의 보험손익은 6038억원에서 4967억원, 한화손보는 1494억원에서 1239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급증이 예실차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연초에 대형 악재를 맞은 현대해상과 DB손보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분석했다. 역대급 독감은 현대해상을 강타했다. 1분기 보험손익(1566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점쳐진다. 어린이보험에서 강세를 보이는 특성상 아동환자 급증에 따른 여파도 크게 나타난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로 인한 일회성 비용 약 650억원을 반영한 DB손보의 보험손익(2871억원)도 절반 가량 하락한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보험의 경우 울산을 비롯한 영남 지역을 덮친 산불의 영향도 받고 있다. 인명 뿐 아니라 주택·창고·축사 등의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보험금 청구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 농작물재해보험을 취급하는 NH농협손해보험의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4년만에 적자전환…올해도 '확실'

자동차보험은 적자가 예고된 상품으로 꼽힌다. '고난의 행군'을 마감한 2021년부터 3년간 흑자를 냈으나, 지난해 적자전환(-97억원)에 이어 올해는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2월 주요 손보사 손해율은 88.7%로 전년 동월 대비 9.7%포인트(p) 상승했다. 한파와 폭설로 도로에 '블랙아이스'가 형성되면서 다중 추돌 사고가 벌어지고, 고령층 운전자의 급발진 사고도 많아진 탓이다.


1월 손해율도 82% 수준이었다. 올해 자동차보험은 적자로 시작했다는 의미다. 업계는 통상 80%대 초중반을 손익분기점(BEP)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비수가가 지난해보다 2.7% 오른 가운데 이번달부터 보험료도 인하되는 등 실적 개선에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업계는 지난해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으로 보험계약마진(CSM)이 떨어지게 된 것도 실적 하락을 야기하는 요소로 꼽는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까닭에 CSM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판단, 관련 수치를 조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계약부채가 불어나는 등 각종 악재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맨파워'와 상품 라인업 보강으로 영업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본업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