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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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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 물결 타는 해운업…해운·조선 강국 한국, 탈탄소 위한 제도적 뒷받침 시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14 13:45

5000톤 이상 선박에 최대 톤당 380달러…IMO, 탄소 다배출 선박에 본격 과금

목표는 60% 감축, 예산은 8조원뿐… 한국 해운·조선 투자 시급

'수출 대기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와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앞두고 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차량 이송용 대형 선박(카캐리어 선박)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해운업계가 처음으로 '탄소세' 도입에 합의하면서,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꼽히는 해운·조선 강국 한국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 회의에서 선박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을 부과하는 규제안에 최종 합의했다. IMO는 이번 합의를 “전 산업을 통틀어 온실가스 배출 허용 한도와 가격 책정을 동시에 명문화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해운업은 매년 약 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 수준이다. 해운업계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지만, 그간 법적 구속력이 부족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합의된 규제는 선박 연료의 탄소 집약도를 기준으로 배출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설계됐다. 적용 대상은 국제 해운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85%를 차지하는 5000톤 이상 선박이며, 초과 배출분에 대해 톤당 최소 100달러에서 최대 380달러까지 부과된다. 청정 연료를 사용하거나 탄소 감축 설비를 도입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초과 감축분을 다른 선박에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IMO는 이 제도를 통해 연간 최대 130억 달러(약 18조5000억원)의 세수를 올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를 청정연료 개발과 친환경 선박 투자, 개발도상국 지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탄소세 부과 방식과 세율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태평양 도서국과 유럽 등은 고정세 방식을 지지한 반면, 중국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수출국들은 거래제를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두 방식을 절충한 '이중 구조'가 채택되면서 세금을 내면서도 거래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틀이 마련됐다.


하지만 규제 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유럽의 교통·환경 싱크탱크 T&E는 “이번 조치로 2030년까지 최대 10% 감축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감축 조치보다 저렴할 수 있어, 해운사가 실질적인 탈탄소 전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환경단체들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기후솔루션은 “IMO가 드디어 해운 탈탄소화를 위한 제도적 출발선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정교한 규칙 설계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미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60% 감축이라는 선제적 목표를 설정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해운 분야는 탄소중립 전환에 필요한 약 85조원의 투자 중 현재 8조원만 계획돼 있어 대규모 투자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녹색 해운 항로 확대와 친환경 선박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 조치가 국제 해운업 탈탄소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우리 해운·조선업계가 변화에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국적 선대 보유국이자, 세계 조선시장 1~2위를 다투는 국가다. 전 세계 물류의 99% 이상이 해상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탄소세 규제가 산업 전반에 미칠 충격파는 결코 작지 않다. 나이키, 아마존,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대형 화주들이 '무공해 해상 구매자 연합'(ZEMBA)을 통해 해상 운송 과정에서 탄소 90% 이상 감축을 요구하는 만큼, 시장의 규제 압박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IMO는 오는 10월 열리는 차기 회의에서 이번 규제를 공식 채택하고, 2027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르세나오 도밍게즈 IMO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는 기후변화 대응과 선박 현대화를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며 “해운업계는 순제로(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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