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원화(사진=로이터/연합)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 절하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한국 원화 가치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한국 원화 환율이 크게 오를(원화 가치 하락) 전망이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결과 한국 원화가 인도네시아 루피아, 대만 달러화 등 기타 아시아 신흥국 통화보다 위안화 환율 흐름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원화와 위안화간 상관계수가 0.6으로 나타난 반면 루피아화와 위안화, 대만 달러화와 위안화의 상관계수는 각각 0.2씩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블룸버그가 지난 2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7년 이후 위안화가 약 30회 가량 큰 폭으로 하락(주간 평균 변동대비 두 표준편차 이상 하락)할 경우 원화 가치는 평균 1.0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맞서 위안화 가치를 더욱 끌어내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7.2038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당 7.2위안은 중국 당국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그 영향으로 8일 역외 위안화 환율은 최고 7.4290위안 까지 오르면서 2010년 역외 위안화 시장 개설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다음날인 9일에도 위안화 환율을 7.2066위안으로 고시하는 등 이틀 연속 7.2위안을 상회시켰다.
웰스파고는 향후 2개월에 걸쳐 위안화가 고의적으로 최대 15% 평가절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프리스는 중국이 환율을 무기화한다면 위안화 가치가 최대 30% 평가절하가 가능하다고 봤다. 보수적인 예측치를 제시한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5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시키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그러나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악재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수출품의 가격이 중국산 제품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DBS 그룹의 위 리앙 창 거시경제 전략가는 “수출 중심의 중국과 한국의 높은 유사성을 고려할 때 위안화 절하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원화에 대한 매도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의 김유미 전략가도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여전히 사실"이라며 “중국이 과거처럼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한다면 한국 원화는 물론 다른 아시아 신흥국 통화들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2015년 당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절하했을 때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5위안까지 오르면 원화 가치는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최근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 가치 상승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달러 가치 하락은 신흥국이 아닌 선진국 환율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는 중국에 대한 신뢰 약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중국 정부가 환율을 무기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덴마크 최대은행 단스케방크의 앨런 본 메렌 수석 애널리스트는 “실질적인 위안화 절하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중국은 지금 당장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싶어하지 않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하 우려가 “과장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