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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생 지원’ 수십조라는데, 진짜 지원은 어딨나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15 15:34
금융부 박경현 기자

▲금융부 박경현 기자.

은행권이 36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카드를 꺼냈지만 우리나라 경제 구성원 중 취약층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로부터 실제적인 도움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일제히 경제적 약자 구성원에 대한 방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들은 실상 '손 벌릴 곳이 없다'며 호소하고 있다. 은행권의 상생금융엔 온통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강조돼 있지만 실제 자금난에 빠진 이들이 당장 안전하게 대출할 곳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문턱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있다. 올해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전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개인사업자 대출은 오히려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를 밑도는 0.8%까지 내려갔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전반적 상향) 현상이 나타난데다 대출 심사에 까다로워진 은행권이 사실상 안전한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만 선호한 결과다.


은행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기업대출에는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가 적용되기에 리스크 관리상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가뜩이나 미 관세 정책으로 기업의 연체율 우려가 커진데다 계엄 이후 환율이 급등해 은행권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에 은행에만 상생을 의존하지 말라며 화살을 당국에 돌리고 있다.




당국은 관계기관 협의나 시장 모니터링 등 갖은 퍼포먼스를 내고 있지만 실제적인 대책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내리는 '지시'에 그친다. 대안신용평가 도입, 정책자금 확대 등 보완책을 모색하고 있다지만 당장 숨통이 막힌 이들을 도울 실질적인 상생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금융지주 회장을 소집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결국 은행권에 '방책을 내놓으란식'으로 목소리 내기에 그치고 있단 지적이다. 그러나 은행은 대출 총량 규제와 수익성에 발이 묶여 단기간 내 대출 확대에도 나설 수 없다며 대응한다. 대선 준비에 들어간 정치권도 '민생 회복'을 외치지만 포퓰리즘성 발언만 무성하다.


서로 부담 떠넘기기에 열중하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매출 악화와 재무 부담이 쌓여 폐업이나 수십퍼센트대 이자를 받는 불법 사금융에 기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상생금융은 조단위인데, 경제위기 속 돈 구하기에 전전하는 자영업자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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