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AP/연합)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현재로선 시장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 기준금리가 4회 인하할 것이란 베팅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한 연설에서 “관세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의 임무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정시켜 한 번의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라며 “위원들은 이중 책무(최대 고용·물가 안정)의 균형을 맞추겠지만 물가 안정 없이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한 고용을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중 책무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며 “우리의 도구(기준금리 변경)는 한 번에 둘(최대 고용·물가 안정) 중 하나만 할 수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또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정을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현재로서 우리는 정책 입장에 대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가 급락하면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연준 풋'을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시장은 원래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고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분별한 관세 전쟁으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연준 풋'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파월 의장은 연준이 지금 개입할 단계는 아니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올해 미 기준금리가 4차례 인하될 것이란 베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7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기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의 5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전날 81.4%에서 현재 86.4%로 상향됐다.
같은 기간 6월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은 60.1%에서 59.0%로 소폭 하향됐지만 금리 동결 가능성(32.6%)을 여전히 웃돌고 있고, 7월에 금리가 3.75~4.0%에 이를 가능성은 전날(46.9%)보다 오히려 오른 49.2%다.
여기에 올 연말 미 기준금리가 3.25~3.5%에 이를 가능성은 34.3%, 3.5~3.75%에 이를 가능성은 30.5%로 각각 가격에 반영됐다. 연말까지 금리가 현 수준에서 최소 3차례 인하될 가능성이 64.8%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연준이 3월 점도표에서 예측한 2회 금리 인하 가능성은 13.4%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연준이 침체 등에 대응해 결국엔 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할 경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콜린스 총재는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당연하겠지만 연준은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 풋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차단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헤지펀드 텔레메트리의 토마스 쏜턴 창립자는 “시장은 서프라이즈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에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나 비둘기파적인 신호조차 없다는 입장을 단호하게 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연준)은 주식 시장을 구하기 위해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생각하거나 희망하는 것과 달리 연준의 의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