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에 한동안 파문을 일으켰던 '4월 위기설'에 이어 '7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 시점인 7월을 기점으로 또 한 번 건설사들의 줄부도가 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사 위축에 미분양 증가까지 겹쳐 건설사들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계속 침체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 실적 악화와 줄부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비교적 상황이 양호한 대형 건설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1분기 GS건설과 DL이앤씨 등 일부를 제외한 대형 건설사들은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고 수도권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도 보릿고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규모가 작은 지방 건설사들은 당장 생존이 위태롭니다. 지방 건설 수주 축소와 지난해 비상 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 몫을 했다. 지난해 전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10.9% 증가했지만, 지방은 8.6% 줄어들며 2023년에 15.2%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부진을 이어갔다. 건설사가 공사 뒤 받은 대금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액 역시 1월에 26.9%, 2월에 20.4% 각각 줄어들며 두 달 연속 20% 이상 감소했다. 이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비상 계엄 영향을 받아 공사가 위축돼 침체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2월 건설 수주도 11조3000억 원으로 집계돼 전월보다 8.3%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는 8.9% 줄어들어 최근 6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공공 부문 수주는 토목과 주택 수주 감소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28.3% 급감했다. 더욱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대기업 건설사의 미수금은 2배 이내의 증가에 그쳤지만, 중소건설사의 경우 4배 이상 늘었다.
건설사들의 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어 부도 원인이 되는 '악성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총 2만372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2만2872가구) 대비 6.1%(1392가구) 늘어난 수치로 전년 같은 기간(1만1,867가구)과 비교했을 때는 무려 99.9%(1만1855가구)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은 2013년 9월(2만4667가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그중 80.8%인 1만9179가구는 지방에 위치해 있다.
이러자 '약한 고리'인 지방 건설사들부터 무너지고 있다. 올해 중견업체 9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는데, 이중에는 지역 1위로 꼽히는 건설사인 대흥건설을 비롯해 대표 건설사인 대저건설, 제일건설 등이 포함돼 충격을 줬다. 올해 3월 한 달간 종합건설사 총 127곳이 폐업을 신고했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곳 늘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와 정치권의 부동산 부양책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올해 국내 성장률이 기존 1.5%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1분기 역성장 가능성도 언급해, 시장에서는 5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정치권도 지방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통령실 세종 이전 및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공약을 내걸었다. 과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의 세 부담에도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도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다주택자 세제 중과, 일률적 DSR 규제 등과 관련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공약에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 규제가 장기화되면서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 간 주택시장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진 것"이라며 “지방 미분양 문제를 풀기 위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부도 직전에 몰린 건설사들을 살리기 위한 대출규제 완화 등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