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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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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에 식음료 단종템 ‘부활 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21 16:17

농심라면·서울우유 미노스바나나우유·오리온 비틀즈

판매중단 추억의 라면·과자·우유·츄잉캔디 등 재등장

신제품보다 개발비용 절감, 인지도 활용, 복고풍 인기

35년만에 재출시된 '농심라면'

▲농심이 35년 만에 재출시한 '농심라면'. 사진=농심

식품업계가 내수 부진 장기화를 돌파할 카드로 판매를 중단했던 '단종템(단종아이템)'을 부활시키는 추억의 먹거리 마케팅을 동원하고 있다.


기존의 제품과 크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단종했던 제품이라는 화제성과 복고풍 트렌드을 더해 '매출 증대' 틈새효과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농심은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종 제품을 줄소환하고 있다.


농심은 이미 올해 1월 1990년 판매 중단했던 '농심라면'을 35년 만에 다시 선보이고,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봉을 돌파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농심라면'뿐 아니라 과자 부문에서도 재출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980년 출시 후 2000년대 초 사라진 생감자칩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칩'을 지난 2월에, 이어 1981년 첫 선보였던 카레스낵 'B29'을 지난 3월에 잇따라 시장에 내놓았다. 'B29'의 경우, 2009년 한 차례 재출시됐다가 2012년 자취를 감춘 뒤 13년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농심이 '단종템'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만큼 소비자들에게 상징성 있는 제품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특히, '농심라면'은 1978년 롯데공업에서 현재 사명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 제품이라 회사 차원에서 의미가 깊은 제품이다. 또한, 단종 이후로도 대중들에게 꾸준히 언급되거나, 소비자 출시 요구가 많았던 상품들이란 공통점도 갖고 있다.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칩'은 20~30대에게 익숙한 '안녕! 클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가는 포테이토칩'이라는 술게임의 유래가 된 제품으로 유명하다. 최근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노래 '아파트'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K-술게임이 관심을 받는 터라, 수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B29'도 2007년부터 재생산을 요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운영될 만큼 유독 수요가 높은 제품이었다.


농심은 이들 재출시 제품 3개를 시작으로 상반기에 단종템 2개 제품을 추가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3 개 제품 모두 한정판 개념은 아니며 상시판매 중"이라고 강조하면서서 “아직 수출 계획이 없고, 우선 내수진작용으로 국내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미노스 바나나우유'

▲올 들어 서울우유협동조합이 13년 만에 다시 선보인 '미노스 바나나우유'.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농심뿐 아니라 익숙한 맛의 제품을 다시 꺼내든 식음료업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초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993년 출시 후 단종됐던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13년 만에 재출시했다.


오리온도 지난해 6월부로 1990년 공개했던 츄잉캔디 '비틀즈' 생산·판매를 중단했다가 지난 2월부터 다시 선보이고 있다.


업계는 내수 부진으로 식품사들이 경영 효율화에 나선 가운데 그 하나로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단종템을 재출시해 연구개발(R&D) 부담을 상쇄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재소환된 단종템들 대다수가 기존 제품에서 일부 변화를 줬지만, 콘셉트 자체가 크게 바뀌지 않아 새 제품 개발 대비 품이 덜 든다는 설명이다.


실제 재출시된 농심라면은 소고기맛을 앞세운 과거 레서피를 계승하되 양념 후첨분말을 더하고, 면 식감·맵기를 손봤다. 미노스 바나나우유나 비틀즈의 경우 기존 대비 원유 함량을 늘렸고, 한 알 크기를 2배 가량 키웠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했던 제품을 손보는 것과 콘셉트 기획부터 시장 분석, 상업화 테스트 등을 거치는 신제품 개발 단계를 비교하면 비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제품 수요가 어느 정도 확보된 데다 복고 열풍에 편승해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어 마케팅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오리온 재출시 '올 뉴 비틀즈'

▲지난 2월 오리온이 재출시한 츄잉캔디 '올 뉴 비틀즈'. 사진=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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