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환경운동연합, 당진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등은 지난 3월 17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한국가스공사의 당진 LNG 터미널 확장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윤수현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로 추진 중인 당진 LNG 생산기지 2단계 확장 사업이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이사회에서 승인된 사실이 국회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더불어 공사 발주도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형 공공 인프라 사업의 추진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 가스공사가 박지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22년 7월 이사회에서 당진 LNG 터미널 2단계 확장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2020년 10월 탄소중립 선언 이후 나온 결정으로,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국가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진 LNG 터미널은 충남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초대형 인프라로 총 3단계에 걸쳐 저장탱크 10기(총 270만kl)와 기화송출설비(1560톤/h)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 기간은 2019년부터 2031년까지이며, 운영은 2061년까지로 계획되어 있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이후에도 LNG를 활용하는 구조다.
확장 계획이 승인된 2단계 사업에는 약 7900억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이후 3단계까지 확대될 경우 전체 사업비는 약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기후솔루션은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화석연료 인프라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가스공사는 전체 저장 용량의 50%를 민간 사업자에게 임대하겠다는 계획으로 수요 기반을 주장해왔지만,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임대 계약 대부분이 사업 개시 20년 내 종료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업 초기 10년 이내에는 민간 수요 비중이 40%대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장기적 수요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공사 추진 과정의 일정 지연도 확인됐다. 가스공사는 올해 1월 보도자료를 통해 '2025년 2월 중 공사 발주'를 예고했지만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현재까지도 입찰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는 사업 추진에 차질이 발생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불확실한 사업 구조 속에서 공공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솔루션은 “대형 공공사업은 일단 발주되면 공적 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되기 때문에, 한 번 시작되면 사실상 중단이 어려운 구조가 된다"며 “좌초자산이 되기 전에 타당성 재검토와 정책 정합성 평가를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탄소중립을 이행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상반기 입찰 공고 전에 사업을 철회하고, 새로운 수요 예측과 경제성 분석을 기반으로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탄소중립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고려하면 석탄뿐만 아니라 모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때"라며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탄소중립에 대한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되며,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