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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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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엠, 전성호 대표이사에 자사주 119만주 처분…하필이면 주가 낮고 신사업 발표할 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24 14:52

대표 지분율 17%로 증가…경영권 영향력 확대 목적?

솔루엠 “사익 추구 아닌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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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솔루엠 대표. 솔루엠

전자부품 기업 솔루엠이 대표이사에게 자사주를 처분하겠다고 결정했다. 같은 날 회사는 중장기 비전 발표도 함께 진행해, 일부 투자자들은 두 결정의 시점이 맞물린 점에 주목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솔루엠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비전 3·3·3' 전략을 발표하며, 2028년까지 연매출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에는 전장 부품, AI 데이터센터용 전원장치(Power Supply) 등 신규 사업 확대 전략이 포함됐다.


같은 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 118만9315주(발행주식수의 2.43%)를 전성호 대표이사에게 처분하기로 결의했다. 주당 처분 단가는 1만7750원이며, 총 처분 금액은 약 211억원이다. 해당 가격은 4월 21일 종가(1만6790원) 대비 약 5.7% 높은 수준이다.


회사는 자사주를 매입한 당시 평균 단가를 공시하지 않았으나, 2022~2023년 신탁계약을 통해 매입한 당시의 주가 흐름을 고려할 때 약 2만2000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2023년 하반기에는 3만원대의 주가를 기록한 시기도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회사가 자사주를 비싸게 사서 대표이사에게 싸게 넘겨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주식 이전은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20일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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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후 솔루엠 주가 흐름. 네이버 증권

2024년 말 기준 솔루엠의 전체 자사주 보유량은 205만2115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약 4.19%를 차지한다. 이번 처분 이후 회사가 보유하게 될 자사주는 약 86만2800주(1.76%)로 줄어든다. 전 대표에게 처분한 118만9315주는 회사가 보유 중이던 자사주의 약 58%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남은 자사주는 약 86만2800주(1.76%)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이번 처분이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실천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처분 단가는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규정을 따랐으며, 최근 1개월, 1주일, 전일의 가중평균주가 중 가장 낮은 값을 기준주가로 삼고, 여기에 3%의 할증을 적용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준일은 이사회 결의일 전 거래일인 2025년 4월 18일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최대주주에게 처분한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이다. 소액주주들은 네이버 커뮤니티를 통해 “시장에서 매수하고 자사주는 소각해야 한다"며 “이런 방식은 일반 주주의 신뢰를 흔드는 일", “비전발표로 앞으로 주가가 오를텐데 그 가격에 회사보유지분을 넘긴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처분으로 전성호 대표의 지분율은 14.60%에서 17.03%로 증가한다. 전 대표의 주주총회에서 영향력 확대와 경영권 방어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솔루엠 소액주주연대는 약 6.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상법상 주주제안권(3% 이상), 회계장부 열람청구 및 임시주총 소집 청구(5%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으로, 소액주주 측도 일정한 견제 권한을 확보한 상태다.


한편, 솔루엠 측은 소액주주들의 비판에 대해 “자사주 처분과 중장기 비전 발표는 독립적으로 검토된 사안이며, 공정공시 원칙에 따라 같은 날 공시하게 된 것"이라며 “대표이사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실천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자사주는 당일 종가보다 5.7% 높은 가격에 처분됐고, 일반 블록딜 방식이 아닌 최대주주 매입이기 때문에 시장 유통에 따른 주가 희석 우려도 제한적"이라며 “이번 결정이 사익추구가 아닌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올해부터 배당을 계획하고 있으며, Vision 3·3·3 전략을 통해 본질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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