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연합)
중국이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125%의 추가 관세를 이미 철회했거나 철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가 숨고르기 국면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미중 갈등을 둘러싼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안도감마저 나온다.
25일 블룸버그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발표를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 메모리칩을 제외한 미국산 반도체 8종에 대한 125% 관세를 조용히 철회했다. 이미 납부한 관세도 환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입 대행업체는 전날 통관 과정 중 반도체 8종에 대한 관세가 0%로 내려간 것을 목격했다고 CNN에 말했다.
블룸버그는 또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의료 장비와 에탄과 같은 화학제품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목에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어 당국이 항공기 임대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기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업체로부터 임대해 사용 중인 중국 항공사들의 재정적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로이터통신은 중국 상무부가 태스크포스를 꾸려 관세를 철회시킬 품목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기업들에게도 관세 면제 요청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면제 대상 품목은 확정적인 것은 아니며, 아직 검토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면제 조치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더이상 심화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메이뱅크 증권의 콕 훙 웡 기관 주식 영업 총괄은 “무역전쟁의 긴장 완화를 향한 또 다른 발걸음"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빠르게 이견을 좁힐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이 끝날 것 같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마이클 하트 미국상공회의소 중국지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몇몇 회원사들은 지난주에도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미국 수입품이 몇 건 있었다고 보고했다"며 “미중 양국이 전반적인 교역을 중단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면세 검토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45% 관세에서 일부 전자제품을 제외하기로 한 것과 유사한 조치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또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 경제 일부가 여전히 미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실제 중국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이지만 일부 공장은 미국에서 들여오는 에탄에 의존한다. 중국 병원들도 GE헬스케어가 생산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촬영장치 등 첨단 의료 장비에 기대호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요하면서도 대체하기 어려운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것은 미국과 긴장 완화를 위한 실용적인 접근 방식이 될 것"이라며 “무역 갈등의 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것들은 미국과의 광범위한 충돌을 피하는 차원에서 유익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대미 관세율을 125%까지 끌어올리며 맞대응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3주 이내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145%에 달하는 대중 관세율이 매우 높은 수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관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궈자쿤 중국 외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어제 나와 상무부 동료는 이미 이 문제에 명확히 답했다"며 “중미 양국은 결코 관세 문제에 관해 협상이나 담판을 진행한 바 없다. 미국은 이목을 현혹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의 누구와 무역 대화를 나누냐'는 질문에 “그들은 오늘 오전에 회의했다"며 미중 양국이 만났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3일에도 중국과 매일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24일 브리핑에서 즉각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