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1주년 인터뷰
의정갈등 속 의료 공백, 한의약자원 적극 활용해야
X-레이 사용·실손보험 확대 적용 등 정책지원 절실
'돌봄한의사제' 시행·공공병원 한의과 설치 확대를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의사의 국민건강 수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대한한의사협회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각종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크게 높아지고, 여러 난치병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질병의 조기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보건의료체계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3만 한의사'의 대표인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58)은 “보건의료 분야에 만성질환·생활습관병의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면서 “한의사들이 국민주치의, 지역 주치의, 동네 주치의로서 '생활 속 한의약'을 통한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취임 1주년을 즈음해 지난 2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윤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3년 임기를 시작헤 여러 현안들을 추진하고 해결하면서 국민건강에서의 한의약의 위상을 높이고 한의약 발전의 기틀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회장은 “대한한의사협회장으로서 가장 큰 목표는 '한의사는 언제나 국민 곁에 있겠습니다' 라는 약속을 잘 지키는 일"이라며 “이 말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모든 한의사들의 진심이자 책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제도적 장벽과 사회적 인식의 한계로 한의사의 역할이 제한받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회장은 “3만 한의사들과 함께 이 벽을 허물고, 국민 곁으로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윤성찬 한의사협회장과 일문일답이다.
한의사 X-레이 사용 합법 판결 미래의학 도약에 기폭제
-취임 1주년을 지내면서의 소회는
▲한의약의 발전, 한의사의 권익 보호, 그리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무엇보다 초음파 진단기기와 뇌파계에 이어 X-레이 사용이 합법이라는 법원의 최종 판결은 매우 뜻깊은 성과였습니다. 이는 한의약의 과학화와 제도적 정당성을 입증한 역사적인 이정표이자, 한의약이 미래의학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난 1년은 한의약의 미래를 위한 기틀을 다진 시간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건강증진과 한의약 발전 그리고 불합리한 각종 법과 제도 개선에 회무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의정 갈등이 1년을 훌쩍 넘어가는 등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의과대학 증원문제로 촉발된 의정갈등과 이로 인한 의료공백은 국민들에게 큰 불편과 불안을 주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향후 의료공백 사태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합니다. 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사태를 대비해 한의사를 적극 활용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습니다. 먼저 한의사가 2년의 추가 교육을 받고 국가시험을 합격한 후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의 과정을 밟는 과정을 거친 뒤에 지역의 공공 필수의료분야에 종사하도록 하는 방안인 '지역필수공공의료 한정의사제도' 도입이 시급합니다.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의 1차의료 공백은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한의과 공중보건의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합니다. 현재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의 일차의료 기반이 무너지고 있으며, 수백 개의 보건지소가 의사 없이 운영되거나 아예 진료를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의 사례를 참고해 일정 기간의 교육을 수료한 한의과 공보의가 일차의료에서 필요한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면 전국 농어촌 지역에서 즉각적인 의료 공백 대응이 가능하며, 국민의 기본적 의료 접근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2월 25일 한의사 X-레이 사용을 공식 천명했는데 현재 상황은
▲올해 1월 17일 법원이 한의사의 X-레이 방식 골밀도 측정기 사용에 무죄를 확정함으로써 한의사의 X-레이 활용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의 X-레이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와 한의원이 누락되어 있다해도 한의사와 한의원을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법원 판결 이후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실손보험에서 치료 목적의 한의 비급여 항목이 제외돼 한방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권익이 보장되지 않는 측면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실손보험 보장'은 국민의 정당한 진료 선택권과 편의성 보장을 위해 협회가 추진하는 핵심 과제이며, 저의 중요 공약사항 중 하나입니다. 2009년 표준약관 제정 이후 '한의 비급여 치료'가 실손보험에서 빠졌으며,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치료목적이 명확한 한의 비급여 의료비는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할 것'을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에 권고하였지만 11년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정부가 실손보험의 재정 안정성을 이유로 축소 기조를 유지하며 5세대 실손보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국민과 시민단체의 실망감과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재정 절감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혜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실손보험에서 제외돼 있는 '치료목적의 한의 비급여 보장'과 같은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항목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협회의 입장입니다.

▲실손보험에 한의치료 확대 적용의 필요성, X-레이 사용에 대한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후속조치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는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치료목적 한의 비급여 의료비 실손 보장 권고 '11년째 표류'
-한의약의 세계화는 한의계가 달성해야 할 시대적 화두인데 협회 차원의 노력은 무엇인지
▲중국과 인도 등은 자국의 전통의학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 헌법에 '중의약 육성발전'을 명문화해 전폭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도 역시 국가 차원에서 전통의학 통합부서를 신설하고 장관이 이를 관장할 만큼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세계 전통의약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약 112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오션'입니다. 현재 중국이 약 70%, 인도와 대만이 각각 10%정도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전세계 36개국 1100여명의 서양의사들이 참여한 국제침술협의회(ICMART) 국제학술대회를 동아시아 최초로 제주에서 개최했고,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기관과 학술교류 협약을 체결해 전통의학 분야의 학술 및 인적 교류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한국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제안한 한의학센터 설립에도 협회가 적극 협조하는 등 한의약 세계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6월 3일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 대선은 국민 건강권을 위한 의료정책의 전환점이 돼야 합니다. 특히, 한의약이 국민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각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에 반드시 한의의료에 관심과 지원을 당부합니다.
의료 자원의 효율 극대화와 공공의료강화, 지역간 의료균형 확립을 위해 국·공립의료기관 내 한의 진료과목 설치 의무화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 및 진료선택권 보장을 위한 치료목적의 한의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 등이 필요합니다. 1차의료 강화를 위해 장애인·만성질환자·치매어르신 '돌봄한의사제' 도입과 국가보훈대상자 진료 지정 한의의료기관 확대 및 국립경찰병원·소방병원에 한의과 설치도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한의약을 활용한 지역 균형 발전과 한의약 혁신 허브 구축을 위한 다양한 센터건립과 저출생초고령화시대를 극복할 한의약 난임치료에 대한 정부지원 제도화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밖에 앞서 언급한 지역 의료공백을 한의사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과 한의사의 X-레이 사용에 대한 제도 개선, 한의학을 활용한 K-콘텐츠 세계화 및 관광상품 개발 등도 국가 위상 제고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안이라 할 것입니다. 한의사협회는 이와 같은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의 실현에 헌신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장애인·치매환자 한의치료 선호도 높아…'돌봄한의사' 제도 도입 시급
-한의사들이 국민주치의, 지역 주치의, 동네 주치의가 되어 생활 속 한의약을 통해 질병 예방과 치료, 그리고 건강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이 협회 차원에서 나오면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의약은 전인적 관점에서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의료로서 환자에 대한 통합관리가 가능하며, 침과 뜸, 부항 등 의료기기의 휴대가 용이하여 방문진료를 통해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에게 내원과 유사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의사가 장애인과 만성질환자, 치매환자를 돌볼 수 있는 주치의(돌봄한의사) 제도는 아직까지 요원한 상태입니다. 특히, 장애인 주치의의 경우는 2018년 국정감사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의 20회에 가까운 요구와 질의가 있었고, 한의치료에 대한 장애인들의 높은 선호도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협회는 한의사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의사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와 같은 시범사업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좌우명이나 생활신조가 있다면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Vivid Dream Realization) 입니다. '씨크릿'이라는 책을 읽고 확신을 가지게 된 좌우명입니다.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희망을 갖고 살게 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생활신조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입니다. 협회 임원으로 25년 넘게 일하며 언제나 공적인 일을 우선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가족들이 처음엔 서운해했지만 요즘은 이해하고 응원해 주고 있어 힘이 납니다. 훗날 공인의 삶을 마무리하면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인 양관식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평소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사실 체계적인 건강관리는 협회장이 된 이후 잘 못하고 있긴 합니다(웃음). 특히,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제일 아쉽습니다. 그래도 술과 담배, 커피와 같이 많이 하면 건강에 해로운 것들을 하지 않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일부러라도 시간을 만들어 꾸준히 운동하는 것을 실천해 보려 합니다.
-국민건강을 위한 조언 한 말씀 부탁합니다
▲중요한 것은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예방 중심의 생활습관입니다. 한의약은 예방과 관리에 특화된 의료 체계로, 가까운 한의원을 방문하여 자신의 체질과 상태에 맞는 건강 관리 방법에 대해 상담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환자분들께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함께 이해하고 활용하는 '통합적 시각'을 가지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급성기와 만성기 질환, 생활습관병 등은 다양한 치료 방법이 존재하며, 한의 의료는 이러한 질환에 대해 명확한 효과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