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은 점수는 65.7점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가 2년 전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년층, 노령층, 저소득층의 금융이해력 점수가 하락하면서 계층별 격차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중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취약계층이나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교육을 늘리고 있다.
저소득층, 저학력층 금융이해력 낮아
29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합리적이고 건전한 금융생활에 필요한 금융지식, 금융행위, 금융태도 등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면접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금융이해력은 65.7점으로 집계됐다. 2022년 조사(66.5점) 대비 소폭 하락했다. 다만 OECD 평균(2023년, 62.7점)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성인 금융이해력 점수.(자료=한은)
부문별로는 금융태도(53.7점)가 2022년에 비해 1.3점 올랐지만, OECD 평균(58점)보다는 낮았다. 금융태도란 소비와 저축, 현재와 미래, 돈의 존재가치 등에 대한 선호도다. 저축이나 미래를 선호할수록 평가 점수가 오른다. 금융지식(73.6점)과 금융행위(64.7점)는 각각 1.9점, 1.1점 하락했다. 그러나 OECD 평균(66.9점, 61.6점)보다는 높았다. 금융지식은 소비자가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고 적절한 정보에 입각한 금융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 금융지식 보유정도를 뜻하고, 금융행위는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소득과 지출을 관리하며 이 과정에서 금융상품을 활용하는지를 측정한 지표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20대(62.6), 70대(59.3), 저소득층(59.7), 저학력층(59)의 금융이해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노후준비와 자산운용에 관심이 많은 50~60대와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의 점수는 상승한 반면, 청년층 및 노령층, 저소득층의 점수는 하락하며 계층별 격차가 확대됐다.
금융행위 가운데 평소 재무상황 점검(43.4점), 장기 재무목표 설정(42.5점) 점수가 낮아 2022년에 이어 재무관리는 여전히 취약했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재무점검(33.2점), 재무목표(36.1점) 점수는 2022년(각각 55.8점, 48.0점)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전체 평균을 하회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직전 조사인 2022년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금융지식은 특정 항목을 제외하면 대체로 개선됐고, 금융행위의 경우 예산관리 및 저축 노력, 금융상품 선택 능력 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비수도권 금융격차 해소...하나금융과 맞손
이번 조사에서 금융행위 부문에서 재무관리 활동이 여전히 취약한데다 금융태도 점수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을 실시해 금융태도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유관기관과 협력해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수요자의 니즈를 고려한 맞춤형 금융교육 콘텐츠를 지원할 계획이다. 1사1교 금융교육을 내실화해 학교에서 조기 금융교육으로 금융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이달 23일 동국대학교에서 우리은행 직원이 대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하나금융지주, 충청북도 등과 충북 지역 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금감원은 비수도권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금융교육 기회가 제한된 만큼 충북 지역을 시작으로 지역 간에 금융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충북 지역을 대상으로 '1사 1교 금융교육 점프업'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한편, '금감원·하나은행과 함께하는 FSS 어린이 금융스쿨'을 새롭게 도입해 충북 소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금융교육을 진행한다.
각 금융사들도 국민들의 금융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23일 동국대학교 대학생을 대상으로 청년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실무 경험이 많은 우리은행 본부부서 직원과 영업점 직원들이 주택임대차계약을 할 때 주의할 점을 안내하고,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주택금융 관련 제도를 소개하는 식이었다. 해당 교육은 전세사기에 취약한 청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DB손해보험은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를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금융교육'을 확대한다. 미래세대인 중학교 1학년에게 8주에 걸쳐 저축, 투자, 보험, 신용 등 총 8가지 대주제를 중심으로 진로탐색과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지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임직원으로 구성된 금융교육 재능기부 봉사단을 운영 중이다. 2012년 신한 어린이금융체험교실을 통해 처음 교육활동을 시작한 이후 작년까지 13년간 1000여명의 직원들이 2만3000여명의 아이들에게 금융교육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