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SK 서린 빌딩. 사진=박규빈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매출 21조원을 돌파하며 10분기 만에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됐다. 북미 중심의 배터리 출하 증가와 E&S 실적 반영으로 외형은 성장했으나 이익 방어에는 실패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1조1465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2%, 전분기 대비 1조7049억원 증가해 2022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SK E&S와의 합병 이후, 해당 법인의 실적이 분기 전체에 반영된 데 따른 결과다.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 마진 약세,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작년 6247억원 흑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됐다. 순손익도 –1257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사업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은 △석유(11조9181억원, 363억원) △화학(2조4770억원, –1143억원) △윤활유(9722억원, 1214억원) △석유 개발(3831억원, 1204억원) △배터리(1조6054억원, –2993억원) △소재(238억원, –548억원) △E&S(3조7521억원, 193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2025년 1분기 SK이노베이션 경영 실적. 자료=SK이노베이션 제공
배터리 부문은 북미 완성차 공장의 가동률 회복과 출하량 증가로 전분기 대비 손실폭을 601억원 줄였다. SK온은 닛산으로부터 99.4GWh,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로부터 20GWh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잇따라 따내며 북미 시장 내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분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규모도 1708억원으로 전분기 813억원 대비 약 2배 확대됐다.
석유 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베트남 15-2/17 광구에서 일일 최대 1만배럴 규모의 고품질 원유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3~4공의 평가정 시추를 진행해 매장량과 상업성을 본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해당 광구를 최근 10년간 베트남에서 가장 유망한 유전 탐사 사례로 평가한 바 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배터리 사업의 북미·유럽 수요 회복 가능성과 차세대 기술 전략, 석유 개발 사업의 상업성, SK온의 재무 구조 개선 방향에 대한 증권사 연구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유럽 전기차 시장과 관련, SK온 관계자는 “1월과 2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1% 증가했고, 당사 출하량도 27% 늘었다"며 “주요 OEM의 신차 출시가 이어지는 만큼 연간 판매량 증가와 가동률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략에 대해서는 고성능 NCM 파우치 기술을 기반으로 건식 코팅·미디엄 니켈 등 원가 절감형 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고, 각형 배터리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주요 OEM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향후 반고체·전고체 배터리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배터리 사업 실적 현황. 자료=SK이노베이션 제공
SK온의 재무 구조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와 SK엔탐과의 합병,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여력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있어 추가 차입 부담은 줄고 있다"며, 현금흐름 개선과 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SK엔무브는 전기차 확산에 따른 엔진 오일 수요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활유 부문에서 그룹 3과 3+ 제품은 고연비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엔무브 관계자는 “2025~2035년까지 연평균 2%대의 시장 성장률이 기대된다"며 “전기차용 냉각유와 공기 조화 설비(HVAC) 냉매 사업 진출 등으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E&S 부문은 호주·북미·탄중 가스전에서의 연간 300만톤 규모의 저가 액화 천연 가스(LNG) 도입이 2026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으로,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 전력 구매 계약(PPA) 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현대차, 삼성디스플레이 등과 누적 1.2GW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며 RE100 대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파했다.
향후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기업 공개(IPO)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에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전략적 옵션 중 하나로 신중하게 검토 중이지만 현재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2분기부터는 정제 마진 회복과 배터리·소재 판매 확대, 저가 LNG 도입 본격화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석유·화학부터 배터리·LNG·전력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통해 본원적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