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사 서울전자통신이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로 10회차 교환사채(EB) 전액을 상환하면서 유동성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현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추가 차입은 물론, 보유 중이던 아이티엠반도체 주식도 대거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전자통신은 최근 10회차 교환사채 150억원어치를 만기 전 조기취득해 전량 소각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교환사채는 지난해 6월 발행된 것으로, 발행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투자자들이 대규모 풋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한 셈이다.
앞서 서울전자통신은 2022년 4월에도 아이티엠반도체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9회차 교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조달한 자금은 운영자금(200억원)과 채무상환(50억원)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전액 풋옵션이 행사돼 조기상환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서울전자통신은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10회차 EB를 다시 발행했지만, 이마저도 전액 조기상환되며 유동성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약 72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서울전자통신은 3월 21일 55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결정하며 부족한 상환 재원을 마련했다.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이던 아이티엠반도체 주식도 매각했다. 서울전자통신은 지난 3월 18일 아이티엠반도체 보통주 50만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해 약 102억원(장부가 기준)의 자금을 확보했다. 실제 처분 금액은 약 58억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이번 처분 목적을 “재무구조 개선 및 현금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서울전자통신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누적 영업손실이 198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2022년 한 해에는 77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계속된 재무 악화로 회사는 올해 4월 주권매매거래정지 사태도 겪었다. 500원이었던 보통주 액면가를 1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 절차를 진행하면서 주식 거래가 일시 정지됐으며, 주권매매거래정지 기간은 오는 5월 14일까지다.
서울전자통신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전원장치(트랜스포머, SMPS)와 터치패드, 키오스크 부품 등을 생산하는 전자부품 제조업체다. 최근에는 매출 다각화를 위해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사업과 전자담배기기 사업에도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 사업은 사업성 검토 결과 기대 수익이 예측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 추진하지 않고 있다. 전자담배기기 사업은 위탁생산 방식으로 추진되었지만 독자적 기술 개발 없이 진행돼 실질적 매출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서울전자통신은 올해 3월 말 대표이사를 원성문에서 남화성으로 교체하며 경영 체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전자통신 관계자는 “현재 현금 유동성은 괜찮은 편이며, 추가 차입 여부는 향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주식거래 정지는 자본금 감소에 따른 절차로, 공시된 대로 5월 1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