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이태민

etm@ekn.kr

이태민기자 기사모음




‘대규모 해킹’ SKT, 지난달 가입자 23만명 떠났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02 10:00

알뜰폰보다 KT·LGU+로의 이동 비중 더 높아

2차 피해 우려·늑장 대응 실망감이 주효한듯

국회 청문회서 개인정보 관리 실태 도마 올라

이달이 분수령…점유율 40%선 붕괴 가능성

ㄴㄴㄴ

▲지난 28일 SK텔레콤이 유심(USIM) 무상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안에 위치한 SKT 로밍센터 부스 앞이 유심을 교체하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최근 대규모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텔레콤의 가입자가 지난달 약 23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에 대한 불안감과 실망감이 커진 이용자들이 다른 통신사로 이탈한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23만6901명으로 집계됐다.


번호이동은 기기 변경 과정에서 휴대전화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양상을 확인하는 가늠자로 활용된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이동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이동 양상을 살펴보면 KT로 옮긴 가입자는 9만5953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8만6005명이다. 전월 대비 각각 149.3%, 85.2%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알뜰폰으로 옮긴 가입자는 5만5043명으로 33.4% 늘었다.


같은 기간 KT·LGU+, 알뜰폰에서 SKT로 옮긴 가입자는 12만2671명이다. 이에 따라 SKT의 지난달 번호이동 순감은 11만4230명으로 약 9배 늘었다. SKT에서 타 통신사로의 번호이동이 본격화한 시점이 지난달 22일 이후임을 감안하면, 열흘 만에 번호이동 수치가 훅 오른 것이다.




이는 지난달 19일 발생한 대규모 고객정보 침해 사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심 스와핑(탈취자가 가입자의 유심을 무단 복제하거나 바꿔치기한 뒤 가상자산 등을 털어가는 행위)과 같은 2차 피해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사측의 늑장 대응과 미흡한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진 점이 추가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이용자들이 번호를 옮기는 이유는 통신비 절감이다. 이에 따라 평소엔 알뜰폰으로의 유입이 많은 편인데, 지난달에는 경쟁사인 KT·LGU+로 옮긴 이용자(18만1958명)가 3배가량 많은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가운데 SKT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갤럭시 S25·아이폰16 시리즈 등 최신 단말에 대한 보조금을 대량 살포하면서 전체 번호이동 건수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69만954건으로 2017년 11월(69만7180명)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긴급 청문회에서 유심 관련 핵심 정보들에 대해선 사전 암호화조차 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달부턴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SKT의 시장 점유율 40%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23일부터 다른 통신사나 알뜰폰으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가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체감상 평시 대비 약 2배 정도로 추측된다"며 “저렴한 요금제나 최신 단말 구입 혜택 등을 문의하기보단 보안 측면에 대한 문의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