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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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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달러 무너진 국제유가, 더 추락하나…“OPEC+, 6월에도 추가 증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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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추기(사진=로이터/연합)

국제유가가 4년만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연대체인 OPEC+가 6월에도 추가 감산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8대 주요 산유국들이 다음 달부터 산유량을 하루 41만1000배럴 더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달에도 하루 41만1000배럴을 증산하기로 지난 4월 결정했는데 글로벌 원유 시장에 공급을 늘리기로 또다시 합의한 것이다.


작년까지 하루 220만 배럴의 추가 자발적 감산을 이행한 OPEC+ 8개국은 작년 12월 올해 4월부터 3개월간 하루 13만8000배럴씩 단계적으로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5월, 6월 증산까지 합칠 경우 4~6월 총 증산분이 하루 96만 배럴로, 이는 하루 220만배럴 감산에서 44%가 풀리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산유국들의 이같은 결정은 국제유가가 최근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나와 주목받는다. OPEC은 “건강한 시장 펀더멘털이 지속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60% 낮아진 배럴당 58.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불확실성이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기대감에 WTI 가격은 지난달 25일 배럴당 63달러까지 오르면서 반등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사우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자 WTI 가격은 지난달 30일 60달러선이 무너졌고 지난 2일엔 58.21달러를 기록, 2021년 4월 이후 약 4년만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제유가는 지난달에만 18.56% 급락했는데 이는 2021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 인도분 가격도 전장 대비 1.35% 내린 배럴당 61.29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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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그럼에도 OPEC+이 증산에 합의한 배경엔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 일부 회원국들이 감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우디의 인내심이 바닥나 유가 하락을 통한 징벌적 조치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등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오랫동안 유가 방어에 집중해 온 카르텔의 극적인 반전"이라며 “이는 동맹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유가 전쟁에 대한 추측을 촉발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로이터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에너지부 장관은 석유 생산과 관련해 OPEC+ 동맹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겠다고 최근 강조한 바 있다.


저유가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증산 요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사우디에 35억달러(약 4조9000억원) 상당의 AIM-120C-8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 1000발과 관련 장비, 부품 등의 대외군사판매를 최근 승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해외 첫 방문국으로 사우디를 골랐고 지난 1월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사우디를 택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그의 첫 외교 무대가 지난달 바티칸에서 열렸다.


OPEC에서 근무했던 라이스태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애널리스트는 “OPEC+가 원유시장에 폭탄을 던짐 셈"이라며 “사우디는 이번 증산 조치를 통해 특히 카자흐스탄의 감산 불이행을 응징하는 동시에 저유가를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로 “국제유가는 무역 갈등, 성장 둔화 우려 등에 맞물려 월요일(5일)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주요 기관들도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방향에 힘을 싣고 있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최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강세론자인 스탠다드차타드가 완전히 약세론자로 전환하면서 석유시장 심리가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 은행이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61달러로 16달러 낮췄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WTI와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각각 62달러, 66달러로 낮췄고 JP모건은 글로벌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60%로 상향 조정했다. S&P글로벌은 관세 전쟁 등으로 석유수요가 하루에 최대 50만배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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