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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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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유심 해킹] 정치권도 ‘최태원 회장 압박’ …위약금 면제 여전히 ‘답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07 15:52

최태원 회장 사과에도 논란 이어져

청문회 불출석에 정치권 수위 높일듯

위약금 면제 요구 거세 부담감 가중

한신평 사고관련 지출 4000억원 전망

집단소송·영업손실·과징금 규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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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섭 SKT PR센터장, 임봉호 이동통신(MNO)사업부장,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왼쪽부터)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데일리 브리핑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갖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지 3주가량 지난 가운데 가입 해지 위약금 면제 요구가 거세다. 다만 SKT가 신중론을 견지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 위약금 면제 압박 고조…법조계 “배임죄 저촉 안 될 것"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이번 사고 여파로 번호이동·기기변경 등을 통해 가입을 해지하는 SKT 이용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SKT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내부 논의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해킹 사고 관련 데일리 브리핑에 참석해 대국민 사과했다. 그러나 위약금 면제에 대해선 “법적 검토 중"이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향후 SKT 이사회 논의 결과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률 검토 등을 토대로 종합적인 입장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SKT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법무법인 3곳에 법률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위약금 면제 조치가 기업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경영상 판단일 경우,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위약금 면제의 법적 가능성에 대해 “이번 사고가 SKT의 귀책 사유로 인한 서비스 문제라면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게 답변했다. 근거는 회사 귀책 사유로 인해 고객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를 면제토록 규정한 가입 약관 제44조다.




입조처는 “약관상 명시적 근거가 없더라도 기업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건 법적으로 제한되지 않는다"며 “해당 사안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위약금을 면제토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약관에 없는 위약금 면제 조치를 취한다 해도 문제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사고 경위가 구체적으로 밝혀질 경우 이같은 내용은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신평, 사고 관련 지출규모 4000억원대 예상…위약금 면제 시 가중

이처럼 SKT가 위약금 면제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재무적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게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SKT 이사회가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부분은 △이용자 간 형평성 △주주이익 훼손 문제 방지로 요약된다.


위약금 면제 결정 이전에 통신사를 옮긴 이용자들에 대한 소급 적용과 함께 통신사를 옮기지 않은 이용자에 대한 조치 기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주주이익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위약금 미수 손실 규모를 가입자 이탈률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추산하면 최소 230억원, 최대 수조원대로 예상된다. 위약금 금액뿐 아니라 가입자 이탈률이 오를수록 손실 규모는 더 커지는 구조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23만6901명이다. 업계는 이달부터 가입자 이탈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판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금도 변수다. 유심 무상교체 및 신규 가입 중단에 따른 판매점 영업 손실 비용에 과징금까지 더해질 경우 천문학적 규모로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이번 사고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신규 가입이 중단된 상황에서 가입자 이탈이 지속될 경우, 동사 신용도를 지지하고 있는 최상위권의 무선통신서비스업 내 시장 지위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가입자 규모 및 매출액,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 한도 등을 감안할 때 합산 지출규모는 최대 4000억원을 상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위약금 면제 여론이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론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일 개최 예정인 국회 청문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가운데 정치권의 압박 공세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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