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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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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운드리 패권…결국 수율이 관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10 10:00

AMD, 삼성 대신 TSMC 선택
초미세공정 수율 격차가 발목
주요 고객사들 잇따라 생산 이전
결국 신뢰성이 시장 지배력으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에너지경제DB

▲삼성전자 서초사옥. 에너지경제DB

AMD가 삼성전자에 맡길 예정이던 4나노 공정 물량을 철회하고 대만 TSMC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yield) 저하와 미중 무역환경 등을 우려한 결정으로, AMD는 삼성 대신 TSMC의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에서 4나노 제품 생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MD는 삼성 4나노 공정을 EPYC 서버 프로세서, 라이젠 APU, 라데온 GPU 등 폭넓게 활용하는 듀얼소싱 전략을 구상했으나, 이러한 협력 계획이 최근 공정 안정성 이슈로 무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파운드리 업계에선 “역시 수율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율은 한 웨이퍼에서 나오는 양품 칩의 비율로, 수율이 높아야 생산 효율이 올라가고 단위 비용이 낮아져 파운드리와 고객사가 윈윈할 수 있다.




반대로 수율이 낮으면 웨이퍼 투입 대비 쓸만한 칩이 적어지기 때문에 공급 차질과 비용 증가로 이어져 고객사 불만을 초래한다.


삼성전자, 첨단공정 수율 문제로 고객사 놓쳐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도약을 선언하며 7nm EUV 공정부터 5nm, 4nm, 세계 최초 3nm GAA 공정까지 초미세 기술 개발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잇따른 수율 난조로 주요 고객 이탈을 겪는 중이다.


7nm 이하 공정으로 진입한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제품 출시 지연과 수율 개선 지체 현상이 이어지면서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팹리스 고객들이 생산 주문을 TSMC로 대거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애플은 2010년대 후반부터 최신 아이폰·아이패드 칩 생산을 전적으로 TSMC에 맡기고 있고, 삼성전자는 한동안 이 물량을 유치하지 못했다.


구글도 자체 스마트폰용 텐서(Tensor) 프로세서를 초기엔 삼성 파운드리에 맡겼지만, 3나노 노드 도입 시점인 차기 세대부터는 TSMC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주력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마저 미세공정 수율 문제에 발목이 잡혀 신제품 개발에 차질을 빚는 등, 선단 공정 수율 부진은 사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4나노 공정에서도 수율이 문제였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4나노 수율이 불과 35% 수준에 그친 반면, TSMC는 같은 시기 70% 안팎의 양품율을 보인 것으로 추정했다.


웨이퍼당 절반 이상이 불량으로 폐기되는 상황에서, 설계사인 퀄컴은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스냅드래곤 8 Gen1 칩의 생산을 삼성에서 TSMC로 긴급 이관했다.


그 결과 TSMC 공정으로 제조된 스냅드래곤 8+ Gen1이 2022년 중반 새로 출시되었는데, 이는 사실상 삼성 수율 문제에 대응해 급히 마련된 대체 제품이었다.


엔비디아 역시 한때 삼성 8나노 공정을 활용하기도 했으나(GeForce RTX 3000 시리즈), 차세대 GPU에서는 삼성전자의 7nm급 물량을 TSMC에 완전히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3나노도 마찬가지였다. TSMC의 첫 번째 3nm 양산 초기 수율이 60~80% 선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반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3nm GAA 공정의 초기 수율은 10~20% 수준에 불과했고 개선도 더디었다.


삼성은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GAA 양산을 선언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정작 수율 문제로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 등 당초 기대됐던 외부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


반대로 TSMC는 2022년 말~2023년 초 3nm (핀펫 기반 N3 공정) 양산에 들어가 애플 A17 Pro 칩 등을 계획대로 공급했고, 업계에서는 “TSMC의 3나노 초기 수율이 5나노 때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수율

▲이미지=ChatGPT

TSMC, 안정적 수율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 강화

결국 안정적인 수율 관리가 TSMC의 무기였다.


AMD는 CPU·GPU를 포함한 자사 주력 제품을 7nm 이후 모두 TSMC에 맡겨오고 있으며, 차세대 2nm 제품까지 TSMC와 함께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퀄컴 역시 최신 모바일 AP 생산을 TSMC 4nm 공정으로 일원화했고, 엔비디아의 GPU와 미디어텍, 브로드컴, 심지어 인텔의 일부 주문까지 TSMC가 도맡고 있다.


그 결과 7nm 이하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말 그대로 현재 가동 중인 세계 최첨단 반도체 칩 10개 중 9개는 대만 타이난이나 신주 등의 TSMC 팹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수율 리더십이 수주 리더십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제조 공정의 안정성과 제품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가 수율이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 속도나 초기 홍보전보다 실제 양산 수율 확보가 곧 고객사 확보로 직결된다"며 “파운드리 패권 경쟁의 승자는 결국 최고의 수율로 고객 신뢰를 얻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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