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모델Y. 사진=이찬우 기자
테슬라의 지역별 위상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 시장선 '전기차의 아이콘'으로 불리지만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격적인 가격전략과 굳건한 팬덤을 통해 선방하고 있지만, 유럽에선 현지 브랜드의 소형 전기차 인기, 라인업의 한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인프라 점유율 제한, 브랜드 이미지 악화 등 복합적인 이슈가 터지면서 점유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SNE 리서치 1분기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 기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33만7000대를 판매했다. 주력 모델인 모델 3와 모델 Y의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특히 유럽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34.2%, 북미에서는 8.1% 감소하며 주요 시장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테슬라의 주요 시장인 중국을 제외하면 이들의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서 전년 동기 대비 20.6% 감소한 20만2000대를 판매했다. 이러한 감소세에 테슬라는 1분기 비중국 시장서 폭스바겐그룹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한국서의 상황은 다르다. 테슬라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수입 브랜드 신차등록 대수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4월 한국시장서 6273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전체 3위에 올랐다. 전기차 시장에선 압도적 1위이자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테슬라는 가격 파괴, 브랜드 팬덤, 경쟁 부재, 인프라 선점 등 복합적 요인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현지 브랜드의 공세, 가격 경쟁력 약화, 소형차 수요 확대, 브랜드 이미지 악화 등 구조적 한계가 겹치며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테슬라, 가성비와 브랜드 파워로 독주

▲테슬라 모델 Y. 사진=이찬우 기자
테슬라는 한국서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2025년형 모델Y RWD는 5299만원으로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480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국산 전기차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낮은 가격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수입차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 특성상 테슬라는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한다.
초기에는 자꾸 변동하는 가격에 '싯가 차'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아예 가격대를 낮추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사그라들고 있다.
또 테슬라에는 '테슬람'이라 불리는 강력한 팬덤이 있다.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매료된 소비자들이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어 신차가 자주 나오지 않아도 판매량이 꾸준하다.
온라인 중심의 판매 방식과 전국 150곳이 넘는 슈퍼차저 등 충전 인프라 선점 효과도 테슬라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유럽의 테슬라, 경쟁 격화·정치 리스크에 '고전'

▲테슬라 모델 X. 사진=이찬우 기자
반면 유럽에서 테슬라는 올해 1분기 판매가 전년 대비 34.2% 급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판매는 41% 줄었고, 프랑스, 포르투갈, 스웨덴 등 주요국에서도 40~60%대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극심한 부진의 원인으로는 경쟁 구도, 소비자 성향, 브랜드 이미지, 라인업, 가격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꼽힌다.
유럽 시장은 폭스바겐, 르노, 스텔란티스 등 현지 완성차가 작고 저렴한 ID.4, 르노 5 등 소형 전기차를 출시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유럽은 도로가 좁고 도심 이동이 많아 중형차보다 소형차 선호도가 높다.
르노 R5는 해당 세그먼트에서 리더로 부상했고, 스텔란티스는 푸조 208, 시트로엥 C3 등 소형차 라인업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Y, 모델3 등 중형 위주 라인업만 보유해 소형·저가형 수요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
또 유럽의 테슬라는 한국과 달리 저렴하지 않다. 테슬라 모델Y RWD의 유럽 현지 판매가는 4만4990유로(약 6500만원)로, 한국보다 약 1000만원 비싸다. 또 르노 5(3500만~4000만원) 등 현지 전기차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충전 인프라 점유율도 낮다. 유럽은 Ionity, Shell Recharge 등 타사 네트워크가 주력이고, 테슬라 슈퍼차저의 점유율은 약 18%에 불과하다.
이에 테슬라는 '유럽 맞춤형' 전략으로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우선 저가형 신차 '모델 Q' 출시를 2025년 하반기에서 2026년 초로 계획 중이다. 토요타, 포드, 스텔란티스 등과의 협력도 모색하며, 로보택시(완전자율주행) 서비스의 유럽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