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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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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주공 5단지 재건축 표류…“서울도 1급지 외엔 어렵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13 14:23

GS건설 철수 후 시공사 공백 장기화

보증금 70억·도급제 조건에 중견사 부담

1차 입찰 무산…대형사도 적극성 낮아

공사비·분담금 이견에 재유찰 가능성

상계주공5단지

▲상계주공5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이탈과 중견사의 소극적 참여 속에 유찰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지는 우수하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도 늘어나 협의가 쉽지 않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도 표류의 원인이 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상계 5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전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공고를 냈다. 오는 20일 두 번째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번 재건축사업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721번지 일대에 위치한 노후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하며 지하 3층~지상 35층, 5개 동(총 996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이 계획돼 있다. 총 공사비는 약 3772억 원(VAT 별도)이며, 3.3㎡당 예정 단가는 770만 원이다.


입찰은 도급제로 진행된다. 입찰 보증금은 70억 원을 요구하는데 컨소시엄은 불허된다. 이 같은 조건은 중견 건설사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밖에 없고,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상계주공5단지는 2023년 GS건설과 시공 계약을 체결했지만, 공사비와 조합원 분담금 조율에 실패해 같은 해 11월 계약이 해지됐다. 조합은 인당 5~6억 원에 달하는 분담금 부담과 불리한 계약 조건에 반발했고, 세부 조건에서도 이견이 커지자 GS건설은 수익성 검토 끝에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지난 3월 열린 1차 현장설명회에 한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쌍용건설 등 10여 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4월 28일 마감된 본입찰에서는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자동 유찰됐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설명회에는 참여하지만 실제 입찰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며 “단독 입찰 조건, 높은 보증금, 불확실한 수익성 등 여러 요소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컨소시엄 참여 불허는 중견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건설사도 계속 관망세다. 한화건설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고, 롯데건설과 쌍용건설은 “참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의 소극적 참여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계 업계의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와 분담금 간 이견이다. 조합은 분담금 인상에 민감하고, 건설사는 급등한 공사 원가를 반영해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어려운 시장 상황도 걸림돌이다.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이 불분명한 재건축 사업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입지만 좋으면 건설사들이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공사비, 분양가, 금융 리스크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며 “상계5단지처럼 강남권 외 지역은 분양가 전망이 불확실해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분형 주택, 리츠 등 새로운 금융모델 도입이나, 조합과의 유연한 조건 협상이 병행되지 않으면 유찰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계5단지는 입지 면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지나는 노원역이 인근에 있고, 상계초·노원고 등 학군도 양호하다. 상계백병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생활 인프라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장점만으로는 시공사를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 수익성, 조합의 협상 태도, 금융환경 등 외부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입지만 좋은 단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조합이 과거처럼 '을 입장'인 시공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 어렵다"며 “공사비 단가 조정이나 유인책 마련 등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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