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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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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에너지가 미래다] ‘에너지허브’ 기회 맞은 한국, 그 중심에 선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26 06:00

LNG탱크 3기, 오일탱크 12기 모두 메이저와 계약 완료
美트럼프, 석유·가스 수출 확대로 한국 에너지허브 각광
수심 깊어 VLCC급도 접안 가능…“이만한 항구 거의 없어”
일자리창출 2040명 등 지역경제 발전 역할도 톡톡
금융, 제도 개선, 전문인력 양성으로 먹거리로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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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LNG 운반선이 접항을 하고 있다. 사진=KET

[울산=윤병효 기자] 우리나라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에너지 허브산업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에너지 허브산업이란 에너지 공급지역으로부터 수입한 제품을 저장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국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제품만 사고 파는 게 아니라 거래 과정의 금융파생상품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 중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싱가포르가 아시아 에너지 허브산업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허브는 석유, 가스, LPG, 수소, 탄소 등 다양한 에너지 제품을 저장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 중단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다.


미국은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주 수출지역으로 아시아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동북아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에너지 최대 수출지역으로 부상한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아시아국 중에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해와 남해는 수심이 깊어 초거대 에너지 운송선박이 접항하기도 좋고, 지진 위험도 낮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11월 상업가동에 들어간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52.4%)와 SK가스(47.6%) 합작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LNG와 석유제품을 모두 취급하고 향후 수소, 탄소까지 취급을 통해 진정한 에너지 허브기지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오일허브로 시작, 에너지전환 맞아 에너지허브로 전환 대성공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정과제로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선정되면서 시작됐으나, 이후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맞아 LNG를 포함하는 동북아 에너지 허브사업으로 확대 변경하면서 지금의 사명이 결정됐다.


2019년 합작투자계약 체결 및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면서 사업은 본격화됐다. 2020년 LNG 1,2탱크 이용계약 및 자금조달 금융약정과 부지항만 임대차계약이 체결됐고, LNG 1,2탱크 및 오일탱크 건설공사가 착공됐다. 2022년에는 LNG 3탱크 이용계약이 체결되면서 건설공사도 착공에 들어갔다.


2023년 12월 오일탱크 27만㎘가 준공됐고, 2024년 6월 LNG 1,2탱크(각 21.5만㎘)도 준공됐다. LNG 3탱크(21.5만㎘)는 현재 공정률 86%로 내년 4월 준공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조2052억원이 투입됐다. 자본은 자기자본 30%와 타인자본 70% 비율로 조달됐다.


부지면적은 총 30만㎡이며, 잔여부지 9.1만㎡에 탄소포집저장(CCS)이나 암모니아 등 신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LNG 저장탱크의 총 용량은 64만5000㎘로, 톤단위로는 29만톤이다. 송출량은 시간당 최대 540톤(연간 470만톤)이다. 주요 설비는 LNG 부두, 저장탱크, 고압펌프, 기화기로 이뤄져 있다.


오일 저장탱크의 총 용량은 27만㎘이며, 출하량은 시간당 최대 3000㎘이다. 주요 설비는 오일부두, 저장탱크, 첨가제탱크, 펌프로 이뤄져 있다.



◆“수심 깊어 초대형 선박도 1km로 접근, 아시아에 이만한 여건 별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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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규 코리아에너지터미널 대표이사.

오일 터미널은 2024년 4월 17일 첫카고 입항 이후 상업 운영 중으로, 지금까지 총 172항차 작업이 진행됐다.


LNG 터미널은 2024년 4월 5일 첫카고 입항을 통해 지난해 6월말 시운전을 완료하고 4개 고객사에 송출 중이다. 두 터미널 모두 운영 개시 후 무재해 무사고 및 가스 송출중단 제로화 운영 목표를 달성 중이다.


LNG 1~3 탱크는 모두 터미널 사용 계약(TUA)이 체결됐으며, 12기 오일탱크도 3개 고객사와 임대계약이 완료됐다.


LNG 1탱크는 울산지피에스 발전사에 공급하고, 2탱크는 SK에너지, SKMU, 고려아연에 공급하며, 3탱크는 에쓰오일에 공급한다.


오일 탱크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트레이딩아시아와 7기(11.5만㎘), 일본 에네오스와 2기(6만㎘), 사우디 아람코와 3기(9.5만㎘) 계약을 맺었다.


특히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사업은 지역경제에 매우 높은 경제적 효과를 올려주고 있다. 일자리창출 2040명, 생산유발 9536억원, 부가가치유발 4109억원 효과를 창출했다. 특히 터미널 건설과정에서도 일자리 1만384명, 생산유발 1조4247억원, 부가가치유발 5911억원을 창출했다.


당초 지역 탱크사업자들은 코리아에너지터미널 건설에 반대했다고 한다. 대용량 탱크가 들어서면 계약물량을 쓸어가기 위해 임대료를 낮게 책정할 것으로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오히려 임대료를 더 높게 책정한 상태다. 이를 통해 지역평균 임대료까지 높였다.


회사 관계자는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입지, 접안, 운영 여건이 매우 훌륭하다. 수심이 매우 깊어 초대형 선박인 VLCC급이 1km까지 접안이 가능하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곳은 아시아에서도 많지 않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글로벌 사업자들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임대료를 상향평준화 시켜 지금은 지역사업자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상업가동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289억5100만원, 영업이익 123억7200만원, 당기순이익 48억90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2.7%나 된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의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남은 부지 9.1만㎡에 탄소포집저장(CCS) 또는 암모니아 등 신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에너지 전환 및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만반의 준비를 갖춰 진정한 에너지 허브기지가 되는 것이 회사의 궁극적 전략이다.


◆트럼프가 만든 절호의 기회…한국을 동북아 에너지 허브로 육성해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화석연료 시대의 회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파리기후협정에서도 탈퇴했다. 이는 미국의 최대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 수출을 더욱 장려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석유, 가스 수출을 더욱 확대하려는 지역은 아시아이다. 아시아 중에서 한국이 속한 동북아는 세계에서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며, 동남아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어메이징 지역이다.


하지만 미국의 아시아 에너지 수출은 제한적이다. 텍사스, 루이지애나주 등 남부에서 에너지제품을 실은 선박이 아시아로 가려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거나 아니면 남아메리카를 멀리 돌아 가야 한다. 파나마운하는 폭이 좁아 큰 배가 통과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대통령에 운하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하 건설은 미국이 했다.


결국 미국이 아시아에 에너지 제품을 효과적으로 수출하려면 가장 큰 선박으로 한번에 대량 운송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동북아 에너지 허브기지 구축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본이 먼저 LNG 허브산업 육성에 들어갔지만, 일본은 지진 위험이 큰 지역이라서 한계가 있다. 현재 아시아 에너지 허브지역인 싱가포르는 중국의 영향력 지대에 있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확대되면 이용이 어렵게 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더욱 커지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역시 중동산 에너지 수입이 어렵게 된다.


공급 측면에서도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칠레 등 아메리카 대륙의 아시아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알래스카 지역의 에너지 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러시아의 북극 및 극동지역의 에너지 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동북아 에너지 허브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에너지 허브가 되기 위해선 물량, 인프라 등 하드적 요소 외에도 실질적으로 운용하기에 필요한 금융, 제도 등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한 트럼프 시대를 맞아 한국은 절호의 에너지 허브 기회를 맞았다. 물량도 충분하고, 인프라와 자연적 조건도 매우 훌륭하다. 다만 에너지 허브는 금융산업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국제적인 금융 시스템과 거래 플랫폼이 구축돼야 하고, 무엇보다 에너지 시장개방과 제도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며 “특히 에너지 허브는 에너지 안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새 정부에서 에너지 허브산업을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선정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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