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CI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과 관련해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회피가 계속되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화증권(ABSTB) 상환 불이행, 투자자 피해 발생 등으로 금융당국의 수사까지 이어지자 MBK 측은 “사전 인지나 구조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반복 중이다.
그러나 유동화 구조의 실질, 타임라인상 정황, 카드 계열사 지원 흐름 등을 고려하면, 해당 해명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태의 중심에는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있다.
이는 홈플러스가 카드사로부터 받은 매출채권을 간접적으로 유동화해 투자자에게 판매된 상품으로, 현재 약 900억원에 달하는 상환 지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개인 투자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정보 비대칭'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상당하다.
SPC가 발행했으니 무관여라지만…홈플러스 신용도가 핵심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1일 ABSTB 손실 사태와 관련해 “신영증권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없었는지 규명돼야 한다"며 신영증권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사와 주주사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하지 못했으며, 회생절차 또한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홈플러스는 “ABSTB는 신영증권이 설립한 SPC가 발행했으며, 자신들은 발행 구조나 판매 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구조를 살펴보면 홈플러스는 카드사에 대금을 지급해야 할 채무를 유예받고, 이 채무의 현금흐름을 카드사가 SPC에 넘긴다.
SPC는 이 참가권을 기초자산으로 ABSTB를 발행하고, 이를 신영증권이 총액 인수 후 일반 투자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채권양도 vs 참가계약: 홈플러스 ABSTB 구조의 핵심 쟁점 비교
문제는 홈플러스의 지급 능력과 신용도가 ABSTB의 실질적 안전성을 좌우하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SPC가 발행 주체라는 법적 외형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의 상환 능력을 근거로 투자 결정을 내린 셈이다. 즉, 경제적 실질상 홈플러스는 기초자산의 제공자이자 유동화 구조의 핵심 축이었다.
홈플러스는 카드사에 연 12~16%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기업입장에선 자금 조달 편의성을 극대화한 수단이었고, 투자자 입장에선 홈플러스의 신용 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하는 구조였다.
신용등급 하락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개운하지 못하다.
홈플러스는 2월 25일 오후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예정 통보를 받았고, 그 즉시 이의신청과 재무구조 보완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MBK도 같은 날 1000억원 규모의 신용공여 약정과 RCPS 조건 변경 등을 신속히 제시했다. 이는 명목상 '예측하지 못했다'는 설명과 상충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MBK가 공식 통보 시점 이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MBK 해명 vs 반박 요약 표
유통업체 '회생' 외부자문이 '일회성'이라는 MBK
MBK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을 인지하고 2월 28일 오후부터 회생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청일은 3월 4일이며 그 사이 임원회의 및 이사회 결의가 토요일(3월 1일)과 대체공휴일(3월 3일)에 이뤄졌으며, 서울회생법원은 단 11시간 만에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는 평균 47일이 소요되는 일반 회생 개시 절차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다.
또한 MBK는 2023년에 이미 유통업체 회생절차에 대해 외부 자문을 받은 적이 있다.
MBK 측은 이를 '일회성' 자문이라 설명했지만, 비상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 검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황이다.
MBK의 계열사 롯데카드를 통한 간접 지원 의혹도 있다.
MBK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홈플러스의 기업구매카드 거래에서 롯데카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었고, 관련 매출채권은 2024년에만 7953억원에 달했다.
이 중 43%는 유동화하지 않고 롯데카드가 직접 보유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으로 인해 500억원대 미회수 채권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카드사가 채권을 전량 유동화한 것과 비교하면, 롯데카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는 MBK가 계열사를 활용해 홈플러스에 비정상적 자금 지원 또는 리스크 이전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MBK, 윤리적·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가 중요"
현재 금융당국은 MBK와 홈플러스의 ABSTB 발행 및 회생 절차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조사 중이다.
일부에서는 동양그룹 CP 사태와 구조적 유사성을 지적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구조를 넘어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법적 책임뿐 아니라, 대주주로서의 윤리적·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는 MBK의 향후 국내외 투자 신뢰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