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 Z 폴드6 제품 이미지.
미국 폴더블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던 삼성전자가 '관세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되는 스마트폰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애플과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3년만에 야심차게 '뉴욕 언팩'까지 기획해둔 상황이라 고민이 깊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해외에서 생산된 애플 아이폰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삼성이나 다른 기업도 해당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다음달 말부터 수입 스마트폰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을 겨냥해 관세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현재 대부분 아이폰을 중국에서 만들고 있다. 수년전부터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조짐이 보이자 생산 기반을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품 대부분을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불똥이 튄 셈이다.
문제는 똑같이 25%의 관세를 문다 해도 삼성전자가 입을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 기준 점유율은 애플이 57.6%로 삼성전자(23%)를 압도하고 있다. 관세를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릴지 아니면 이를 제조사가 떠안을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행동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애플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문 영업이익률은 작년 기준 9.1%다. 30%가 넘는 애플과 차이가 크다. 애플은 마진을 과감하게 포기하며 가격 정책을 가져갈 여력이 있지만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애플은 '삼성 견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내년 '아이폰 18'부터 제품 출시 일정을 재편하기로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애플은 기존에는 매년 9월 아이폰과 프로·프로맥스를 동시에 공개해왔다. 앞으로는 일정을 두 차례로 나눠 일부 모델을 이듬해 초 출시하기로 했다. 통상 갤럭시 S 신모델이 출시되는 상반기에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작년 6월 '하반기 갤럭시 언팩'을 앞두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이를 알리는 옥외 광고를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꺼낸 카드는 '폴더블폰'이다. 수년간 Z 시리즈를 만들며 내공을 쌓아온 만큼 기술력에서 애플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내년 첫 폴더블폰을 내놓으면 미국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계산에 하반기 언팩 개최 장소도 뉴욕으로 정했다. 여기에서 갤럭시 Z플립·폴드7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 회사가 뉴욕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여만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 '갤럭시 언팩' 일정을 7월9일로 잡았다. 하반기부터 제품 생산 및 판매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5% 관세'를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갤럭시 S·A 등 기존 제품들은 재고를 많이 확보하며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Z시리즈는 힘들다는 의미다. 미국 폴더블폰 시장을 정조준한 삼성전자가 '관세 리스크' 악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 인공지능(AI) 기능이 갤럭시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법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