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우 현대건설 사장(오른쪽)이 2월 26일 미국 미시건주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단지 내 SMR 부지에서 열린 'Mission 2030' 행사에 참석했다. 현대건설
대형 건설사들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DL이앤씨는 해외 SMR 기술 기업과 맞손을 잡았고, 대우건설은 국내 원자력 공기업과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2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친환경 원전 시설인 SMR이 건설사들의 미래 신사업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대형 원전은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 등과 같이 냉각로 과열로 인한 원자력 피폭 사고 등의 위험이 상존했다.
SMR은 소형 발전 시설을 통해 원자력을 발생시킬 수 있고, 냉각 과열 위험이 확고히 적어 원자력 누출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는 새로운 원전 시설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 건설사들은 아직 시장 개척 초기인 현재 해외 기업들과 연합해 SMR 시장 공략을 꾀하는 한편으로 국내 원전 공기업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실제로 각 모듈을 제조하는 노하우는 아직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다. 모듈 조립, 즉 시공 기술은 우리 건설사들도 경험이 쌓여있지만 설계 및 제작과 관련한 원천 기술은 해외에 뒤떨어진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SMR업체들에 투자해 기술 개발에 나서는 '해외파'와 국내 공기업과 연계한 '국내파'로 각가 나눠져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DL이앤씨 등은 '해외파'다. 현대건설은 2021년 미국의 SMR 선도기업인 '홀텍'사와 SMR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에 대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이후 SMR 개발 및 사업추진, 원전해체사업,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홀텍과 함께 미국 미시건 주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단지 내 SMR 부지에 SMR-300모델을 연말 경 착공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영국 발포어 비티 및 모트 맥도널드와도 함께 기술협약을 맺고 영국 원자력청 주관의 SMR 기술 경쟁 입찰 프로그램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미국과 영국 SMR 선도기업들과 보폭을 같이 하면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SMR 1위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지분을 투자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SMR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주식 시장에서도 SMR 종목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현재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 클래스A·B 보통주 518만5804주(지분율 3.8%)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와 연합해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30년 상업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삼성물산이 기본설계(FEED)를 진행 중이다.
DL이앤씨도 2022년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그 이듬해 2000만 달러(268억원)를 투입해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SMR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반면 대우건설은 유일한 국내파다. 한전원자력연료와 한국 자체 개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국내 유일의 원자력연료 설계 및 제조 전문회사다. 대우건설은 한전원자력연료와 과거 국내 원자력연료 제조시설 구축 등의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면서 성공적인 경험을 축적한 바 있고, 한국형 SMR인 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도 함께 참여해 왔다.
대우건설은 2023년 한국수력원자력과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었다. 올해 3월에는 한전KPS와 SMR 분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대우건설은 이 같은 국내 공기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인 체코원전 시공 주관사 참여를 모색하는 등 대표적인 국내파 SMR 시장 개척자로 손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임원은 “이제 아무리 새 아파트를 지어도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이를 사 줄만한 소수의 고자산가들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불안감이 업계 전체에 깔려 있다"며 “아직 해외 SMR 시장은 경쟁자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반대로 SMR 자체가 지닌 강점으로 인해 잠재적인 수요는 많다. 국내 건설사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시장 개척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