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연합뉴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서울에 공식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예고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도쿄, 싱가포르 등에 이은 행보다.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가 한국을 찾은 것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은 주요 기술·정책·사회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오픈AI는 진출한 일본과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이를 통해 오픈AI의 한국 내 활동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업계의 설명이다.
스탠포드 리포트가 증명한 한국의 AI
29일 AI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탠포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HAI)가 450페이지 분량으로 발간한 'AI 인덱스 리포트 2025'를 보면 한국의 AI 관련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출원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은 17.3건을 기록해 룩셈부르크(15.3건), 중국(6.1건), 미국(5.2건)을 모두 상회했다.
인구 규모 대비 고밀도의 지적 재산 축적이라는 점에서 기술 혁신 기반의 질적 수준을 보여준다.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도 한국은 세계적 수준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은 3만14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해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등 고정밀 산업 분야에서 AI 통합이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 영역에서도 경쟁력은 확인된다. 스탠포드 보고서는 한국을 전 세계에서 K–12 정규 교육 과정에 AI 교육을 명시적으로 포함한 소수 국가 중 하나로 소개했다.
또 2022년 기준, 한국은 약 3만7000명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고등 교육 졸업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석사 졸업자는 9716명, 박사 졸업자는 247명이다.
오픈AI가 연구·개발 역량 확보를 위해 고급 인재가 밀집된 국가를 우선 고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수치는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인 전략적 요소로 작용한다.
사회 수용성도 높은 편이다. AI 인덱스에 포함된 글로벌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과 함께 AI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보이는 국가군에 포함된다.
이는 AI 제품 및 서비스의 조기 상용화, 베타 서비스 수용, 신규 기능 테스트 등에 유리한 조건이다.
도쿄·싱가포르 모델, 한국에 적용 예상
한편 오픈AI는 2023년 이후 일본, 싱가포르,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에 지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싱가포르는 한국 지사 설립의 기능을 예측하는 데 있어 유효한 사례로 평가된다.
2024년 4월 문을 연 도쿄 지사에서 오픈AI는 일본어에 최적화된 GPT-4 모델을 공개했다.
일본 내 사용자 경험과 언어 데이터를 반영해 응답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기존 모델 대비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오픈AI는 소프트뱅크와 합작해 'SB OpenAI Japan'을 설립하고, 그룹 내 AI 솔루션을 우선 적용한 뒤 외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추가로 일본 22개 지자체와의 협업도 병행되고 있다.
싱가포르 지사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허브로 기능 중이다.
오픈AI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AI Singapore와 협업해 동남아 언어 및 문화 특성을 반영한 로컬화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모빌리티 기업 Grab과는 AI 기반 고객 응대 시스템 및 지도 정보 업데이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다.
2024년부터 싱가포르는 OpenAI의 데이터 레지던시(Data Residency) 제도가 적용되는 국가에 포함되어, 기업 고객의 데이터가 자국 내에 저장된다.
오픈AI는 한국에서도 데이터 레이던시를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이슈인 데이터 주권에 대해서도 우려 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행보는 오픈AI가 각 국가에서 단순한 지사 기능을 넘어, 현지화된 모델 개발, 대기업 협력, 정책 연계, 인프라 구축 등 다차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 지사 아닌 'AI 실증 국가' 전략 거점될 듯
실제로 오픈AI가 한국에서 수행할 주요 역할로는 △한국어에 특화된 GPT 모델 고도화 △국내 대기업 및 공공기관 대상 ChatGPT 엔터프라이즈 도입 △산학연 협력 기반 연구 거점화 △현지 AI 인재 채용 및 육성 △AI 인프라 투자 및 정책 파트너십 등이 거론된다.
특히 정부 차원의 정책 연계 가능성도 크다. 오픈AI가 주도하는 'OpenAI for Countries'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국에 AI 데이터센터나 모델 테스트 인프라 등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은 기술, 산업, 교육, 사회 수용도, 정책 환경 모든 면에서 AI에 최적화된 국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오픈AI가 수행한 현지화 전략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나아가 더 확장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단순한 기술 수용국이 아니라, 글로벌 AI 전략 속에서 실질적인 실험과 확산이 가능한 '기술 실증 국가'"라며 “오픈AI의 한국 지사는 단순한 지사 개설이 아닌 전략적 전환점의 출발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