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추진한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저평가 해소'를 기치로 출범한 이 프로그램의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이 한국 증시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을 크게 앞지르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해 9월 30일 산출 이후 이달 26일까지 6.9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은 2.13%, KRX300은 1.05% 오르는 데 그쳤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기업 가운데 △수익성(ROE) △시장 평가(PBR) △배당 △수익률 등 네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선별한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 신한지주, 셀트리온 등 자본 효율성과 주주 환원 수준이 높은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들도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4일 동시 상장 이후 이달 28일까지의 기준가격 기준 수익률은 △키움자산운용 'KIWOOM 코리아밸류업 ETF'가 8.52%로 가장 높았고, △한화자산운용 'PLUS 코리아밸류업 ETF'(8.44%) △하나자산운용 '1Q 코리아밸류업 ETF'(8.36%)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코리아밸류업 ETF'(8.35%) △KB자산운용 'RISE 코리아밸류업 ETF'(8.32%) △삼성자산운용 'KODEX 코리아밸류업 ETF'(8.3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신한자산운용 'SOL 코리아밸류업TR ETF'(8.10%)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코리아밸류업 ETF'(7.99%) △NH-Amundi자산운용 'HANARO 코리아밸류업 ETF'(7.54%)도 대체로 유사한 수익률을 보였다.
액티브 ETF는 수익률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 ETF'는 10.39%로 초과 수익을 기록했지만 △KoAct자산운용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 ETF'(7.01%)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 ETF'(1.15%)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익률 차이는 운용 역량보다 지수를 얼마나 정확히 추종했는지, 수수료 등 구조적 차이에 따른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액티브보다는 패시브가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지수를 기초로 한 ETN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증권의 '삼성 코리아밸류업TR ETN'은 같은 기간 7.31% 수익률을 기록했다. ETF가 자산을 실제 보유하는 것과 달리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권 성격의 상품으로 신용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코리아 밸류업 지수 기반 상품들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낸 배경에는 지수의 구성 방식이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200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구성돼 실적이 부진하거나 적자인 기업도 포함되는 반면 밸류업 지수는 실적·배당·자본 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종목을 엄선한다.
최근 주춤했던 2차전지 업종은 배당이 없거나 실적이 약해 지수에서 제외됐고, 방산·전력기기·원전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업종은 비중이 확대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는 실적 요건(ROE), 시장평가(PBR), 배당 수익률 등 일정 조건을 만족한 종목만 엄선해 구성되며, 실적이 부진하거나 배당을 하지 않는 2차전지 등 업종은 제외됐다"며 “반면 방산·전력기기·원전 업종은 높은 비중으로 포함돼 시장 반영력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수 정기 변경 과정에서 편입 종목의 변화도 있었다. 밸류업 지수는 27개 종목을 신규 편입하고 32개를 제외했으며, 밸류업 공시 참여 기업 비중은 61%까지 확대됐다. 다만 편입 기준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소형주는 구조적으로 제외되고, 결과적으로 중대형주 위주로 지수 구조가 형성된다.
일각에서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기준이 사실상 대형 우량주 위주로만 편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편입 기준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이다 보니 소형주는 들어가기 어렵고, 중대형주 정도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ROE와 PBR 요건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기준을 조정했고, 실적이나 배당 등 지표가 괜찮은 기업은 편입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