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소비자가 LG전자 베스트샵에서 '스탠바이미2'의 다양한 기능을 체험해 보고 있는 모습.
LG전자가 신(新)가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상 공간을 재해석한 혁신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하며 시장 지형을 선도 중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기술 차별화 전략을 중심으로 신가전 분야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신가전 라인업을 다각도로 확장하며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이동식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스탠바이미'다. 무빙스탠드 디자인과 무선사용 기능을 앞세운 이 제품은 침실, 주방, 서재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제품 출시 초기 예약판매 당시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출시된 후속작 '스탠바이미2' 역시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의 누적 판매량은 전작 같은 기간 대비 800% 이상 증가했다. 스탠바이미2는 제품 분리 방식을 개선해, 버튼 하나로 화면부를 스탠드에서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스탠드에 내장돼 있던 배터리도 화면부로 이동시켜,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해졌다. 또한 책상 위에 세워 쓸 수 있는 폴리오 커버, 이동이 편리한 스트랩 액세서리, 액자처럼 벽에 거치할 수 있는 홀더 등 활용 방식이 다양해지며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주거 공간뿐 아니라 사무실, 교육 현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류관리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일러'는 시장 점유율 1위를 꾸준히 기록 중이며, 위생 기능을 강조한 체험형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OTT 보급 확산과 맞물려 성장 중인 국내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제맥주 제조기, 가정용 식물 재배기 등으로 신생활가전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신가전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이다.

▲삼성전자 가정용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5' 이미지.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가전 분야에서 다소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 중심의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삼성은 최근 터치 기능을 적용한 가정용 초단초점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5'를 출시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제품은 약 43㎝ 거리에서 최대 100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으며, 벽·바닥·테이블 등 평면이 있는 어디서든 대형 스크린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초단초점 기술은 좁은 공간에서도 대형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 대형 TV 설치가 어려운 환경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일반 프로젝터가 100인치 화면 구현에 3~4m 거리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초단초점 제품은 20~50㎝만으로 동일한 크기를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가 화면 앞을 지나가더라도 영상이 끊기지 않아 몰입감도 높다는 평가다.
이동식 스크린 시장에서도 삼성은 새로운 카드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탠바이미에 맞서는 무선 이동식 스크린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OLED 및 QLE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옵션을 제공하며, 하드웨어 스펙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가전 제품군 전반에서도 삼성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인원' 콘셉트를 내세운 로봇청소기 및 세탁건조기 통합 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제적으로 출시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올인원 제품을 선보였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2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세탁건조기의 경우 고성능과 합리적 가격대를 동시에 갖춘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신가전이 향후 가전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존 TV·냉장고·세탁기 등 전통 가전은 교체 주기가 길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반면, 신가전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매출 성장은 신가전 흥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LG전자는 신가전 사업 확장세에 힘입어 2023년 생활가전 부문이 사상 첫 연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견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신가전 분야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양사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이동성, 공간 연계성 등 다층적인 영역에서의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통 가전제품만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신가전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술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험 설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