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하나

uno@ekn.kr

김하나기자 기사모음




[대선 2025]60일간 대선레이스 ‘하나된 이재명’ vs ‘갈라진 보수’ 승패 갈랐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04 07:00

‘내란 프레임’에 갇힌 국힘…당 내홍 속 ‘준비되지 않은 후보’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공원 마지막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60일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물리치고 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대선 레이스 초반 드러났던 '1강·1중·1약' 구도가 선거 막판까지 이어졌다.


이 당선인의 승리는 애초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로 초래된 선거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12.3 비상계엄이 불법이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60% 안팎을 꾸준히 유지되고 었었던 게 그 반증이다. 또 비상계엄 이후 내수 침체가 극심해지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국민들의 정신적 피로와 비판 의식이 고조된 점도 이 당선인의 승리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범진보 진영 유권자들의 '내란 세력 심판'의 기치하에 똘똘 뭉쳐 어느 때보다도 단단한 지지도를 보여줬다.


덕분에 이 당선인은 우클릭과 중도 보수 자임 등을 통해 적의 안방을 공략하는 과감한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당선인은 상속세 일부 폐지 등 보수층이 민감한 분야에 정책 공약을 잇따라 제시하는 한편 보수 출신 인사를 잇따라 영입하면서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보수 명망가들을 영입하면서 중도 보수층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등 보수 출신 인사들도 민주당에 합류하며 이 후보에 힘을 보탰다.


이 후보가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우클릭'에 나선 것도 주요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며 경제 성장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대선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자신의 간판 공약인 '기본소득'을 지우고 'K-이니셔티브'를 공약 전면에 띄운 것도 중도 확장을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또 고비가 됐던 사법리스크도 무사히 극복했다. 가장 큰 약점이었던 이 당선인의 사법리스크는 지난 5월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상고심에서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선고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까지 대선 선거운동에 돌인한 이후인 지난달 15일 재판 기일을 잡으면서 자칫 후보 자격 상실 위기에 처했었다.


민주당과 이 당선인은 이같은 사법리스크에 대해 '사법부의 국민 참정권 침해'라고 맹공격하는 전략을 폈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과들 일부가 정치적 의도로 이 당선인의 재판을 극히 이례적으로 앞당기면서 출마를 막으려고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국민들의 여론이 이 당선인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서울고법이 지난달 7일 재판을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고 발표하면서 사법리스크는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당선인은 지지층 만큼이나 비토 정서를 가진 중도층도 많은 상황이었다. 진보 아젠다를 아무리 띄워도 중도층 표를 얻지 못하면 대선 승리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결국 대선 초반부터 보수진영에 가까운 경제·민생 정책을 제시하고, 보수계 인물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도층을 선점했다"고 분석했다.




두손 번쩍 든 김문수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김문수 후보는 40%에도 미치지 못한 득표율로 참패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신속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두기를 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한 결과, '내란 세력 대 진압 세력'이라는 불리한 구도에 스스로 휘말렸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특히 내란 사태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에서 당시 내각 인사 중 유일하게 공개 사과를 거부하면서 '꼿꼿 문수'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이 장면으로 인해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그 여세를 몰아 대선 후보까지 됐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본선 무대에서 이 같은 윤석열 정권과의 연결고리는 강점이 아니라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할 경우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후보가 된 이후에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이 같은 입장은 중도 성향의 합리적 보수층의 이탈을 불러왔고, 외연 확장에도 실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후보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극심한 내부 분열과 선거 준비 부족도 패인으로 분석된다. 일부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김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공식 선거운동 시작 직전까지도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론이 거론됐다. 실제로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불과 이틀 앞두고 당 지도부가 비상대책위를 열어 김 후보 교체를 시도했고, 전 당원 후보 재선출에 대한 찬반 투표까지 실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혼란 속에서 김 후보는 준비가 부족한 채 본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주요 유세 메시지는 이재명 당선인에 대한 공세에 치중됐으며, 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거의 없었다. 최 교수는 “공약은 거의 부재했고, 선거운동 대부분이 이재명 당선인에 대한 공격에만 집중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후보가 시대착오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린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 교수는 “김문수 후보는 본인 자체가 하나의 리스크였다"며 “'아스팔트 보수'라고 하는 극우 세력과의 연대 이력은 물론, 기독자유통일당 대표 시절 발언들이 다시 회자되면서 시대착오적 이미지가 고착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성 폄훼나 일제 강점기 미화성 발언 등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극우적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상만 남겼다"고 덧붙였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