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빙·웨이브 합병 시 국내 OTT 시장 MAU 추이. 그래픽=김베티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국내 최대 OTT 탄생으로 글로벌 진출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K-콘텐츠 육성 전략도 탄력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CJ ENM과 자회사 티빙 임직원이 웨이브 이사진에 포함되는 '임원 겸임' 방식이 추진된다. 단, 내년 12월 31일까지 각 사 현행 요금제를 유지하는 게 조건이다.
이 기간 동안 통합이 이뤄질 경우, 현행 요금제와 가격대·서비스가 유사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해 내년 말까지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통합 서비스 출범 전 현행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는 그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구독요금 인상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는 콘텐츠 공급 봉쇄나 끼워팔기 우려는 낮은 것으로 판단했으나, 양사의 콘텐츠를 각각 이용할 수 있는 단독상품을 없애고 결합상품만 출시할 경우 요금 인상 및 일부 경쟁 제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했다. 티빙의 한국 프로야구(KBO) 모바일 독점 중계권이 내년 말까지인 점도 반영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플랫폼의 충성 구독자층이 상당하고, 구독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낮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며 “양사 결합 시 OTT 시장 내 시장 집중도가 증가해 가격 설정 능력이 높아지기 떄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정위 승인으로 양사 임직원을 상호 이사로 등재할 수 있게 된다. 경영진 파견을 통해 서로의 전략과 기획·콘텐츠 편성, 가격 정책 등을 일정 수준 공유·조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콘텐츠 공동투자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실질적 사업 협력 발판이 마련됨에 따라 합병을 위한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선 합병이 마무리되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100만명(중복 가입자 포함)을 웃도는 '토종 OTT 공룡'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비용 절감과 함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티빙과 웨이브의 MAU는 각각 715만8800명·412만5273명으로 합산 1128만4083명에 달했다. 3위 쿠팡플레이(715만8800명)를 가뿐히 넘어서고, 1위 넷플릭스(1450만5305명)를 바짝 따라잡는 수치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공정위 결정에 새 정부의 의지도 반영됐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양사 합병을 통해 K-콘텐츠 육성 및 토종 OTT 강화 전략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8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K-콘텐츠 산업 진흥 간담회'에서 “OTT 플랫폼을 외국에서 장악하니까 전부 거기에 종속되지 않느냐"며 “이 플랫폼이 없으니 공용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과 체급이 비슷한 토종 OTT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합병 시너지 창출을 위해선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다.
양사는 합병 효과로 △콘텐츠 투자 확대 △플랫폼 운영 △서비스 혁신 △이용자 혜택 증진 및 만족도 극대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양사가 보유 중인 콘텐츠 활용 및 제작 역량·노하우 결집 방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합병 성사 시) 양사의 국내 경쟁력을 토대로 글로벌 진출 영역 확장 동력을 갖출 수 있는 사업자가 탄생한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한다"며 “합병법인 출범 이후 초기 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 측면이나 경쟁사들의 요금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1년 반 동안 요금이 묶이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최종 변수는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의 찬성 여부다. KT는 티빙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공정위 승인은 경영권 통합을 위한 사전 단계로, 양사 주주 동의 및 최종 협의 절차가 남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