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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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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진 인기에 트럼프 IRA 칼질까지…전기차 대중화 멀어지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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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에서 테슬라 차량에 앉은 모습(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적용되는 세액공제 혜택의 폐지를 추진함에 따라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본격 위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유럽 등에서 전기차가 최근들어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잃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오면서 글로벌 전기차 대중화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중국 전기차 시장은 계속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 전기차 산업마저 중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20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폐지될 것이란 전망에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31%에서 17%로 절반 가까이 하향 조정됐다.


앨릭스파트너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보다 IRA 폐지가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더 오래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가 결국 교역국들과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출 것이란 이유에서다.


앨릭스파트너스는 외국산 자동차·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관세가 현재 25%에서 자동차 7.5%, 자동차 부품 5%로 각각 인하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속하면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웨이크필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책임은 “미국의 관세 장벽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련해 “예산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전기차에서 멀어지고 전통적인 내연기관차로 다시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내연기관차 비중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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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미국 전기차 비중 전망. 보라색 선이 올해 전망치(27%)로 작년(파란색 선, 47.5%) 대비 대폭 하향됐다(자료=BNEF)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BNEF는 최근 공개한 연례 전기차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전기차 판매 전망을 처음으로 하향 조정하고 2030년까지 판매량이 1400만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27%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지난해 전망치(47.5%) 대비 대폭 축소된 수치다.


BNEF의 이같은 전망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주어지는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되고 연방 연비 및 배출 규제가 트럼프 1기 수준으로 완화될 것을 전제로 했다.


미국 상원이 최근 공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IRA에 근거해 전기차 구매자에 주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 폐지 시한을 법안 제정 후 180일로 바꿨다.


이는 하원에서 가결된 법안보다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시점을 더 앞당긴 것이다.


당초 IRA는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원은 세액공제 혜택을 올해 말까지 유지하고 미국에서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지 않는 업체들은 내년까지 혜택을 이어가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달 22일 통과시켰다.


현재 공화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오는 7월 4일까지 법안의 의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자동차시장인 유럽에서도 탄소배출 규제가 최근 완화됐다. 신차의 탄소 초과 배출에 대한 과징금 부과 시점 유예를 골자로 한 '자동차 이산화탄소(CO₂) 표준 규정 개정안'이 지난달 8일 유럽 의회에서 통과됐다. BNEF는 이로 이로 인해 2027년까지 유럽 전기차 판매 전망을 기존대비 19% 하향 조정했다.


BNEF는 이어 204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73%) 대비 다소 하향 조정된 수치다.


BNEF의 콜린 막카라처 청정 교통 및 에너지 저장 총괄은 “미국에서의 환경 변화로 단기적, 장기적으로 전기차 대중화가 둔화될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도입률 둔화는 특히 배터리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쳐 과잉생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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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사진=AFP/연합)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악화된 것도 전기차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석유공룡 셸이 1만5000명 이상의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최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 중 31%가 전기차 전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이같이 응답한 비중은 34%였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관심을 보였던 비중이 48%에서 41%로 줄었다.


셸은 가격이 전기차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에서 응답자 43%가 구매력을 문제로 꼽았다.


반면 전기차 10명 중 9명은 다음 자동차도 전기차를 택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 주행거리 문제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운전자 60% 가량은 1년 전보다 충전 부족에 대한 걱정이 줄었다고 답했고 약 75%는 충전시설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전기차 운전자들의 만족도가 과거에 비해 향상됐지만 나머지 운전자들 사이에선 전기차에 대한 매력도가 더 떨어진 것이다.


데이비드 번치 셸 부회장은 성명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차 소유 비용과 전반적인 경제적 압박이 맞물리자 새로운 소비자들에겐 (전기차가) 더 어려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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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BYD 전기차(사진=로이터/연합)

반면 중국에선 전기차 대중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에선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전기차 가격이 저렴하다. BNEF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생산 중 70%가 중국에서 이뤄졌다며 1년 내 중국 전기차 시장이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보다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 유럽과 달리 중국에선 전기차를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셸에 따르면 중국에서 전기차만 단독으로 소유하는 운전자 비율이 지난해 72%에서 올해 89%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이에 전기차에 대한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중국 의존도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웨이크필드 책임은 “그들(미국 업체들)이 중국과 라이선스와 합작투자에 나서거나 중국 전기차 플랫폼과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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