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 11차 아파트 단지 정문 전경. 임진영 기자
삼성물산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수주를 포기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조합 측이 “삼성물산이 엉터리 조건을 내걸었다가 패배가 확실하자 꼬리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하자 삼성물산은 조합 측의 불공정한 입찰 관리가 문제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합이 현대건설을 사실상 시공사로 내정한 상태에서 삼성물산을 끌여들어 몸값 끌어올리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2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 9,11,12차를 재건축 하는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삼성물산으로부터 재건축 수주를 포기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압구적 2구역 재건축 조합이 최근 대의원회의에서 통과시킨 계약 조건에 대해 검토한 결과 '수주 불가'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조합이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 ▲모든 금리 CD+가산금리 형태로만 제시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기타 금융기법 등 활용 제안 불가 등 입찰 지침을 통과시켰는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의 수주 포기 선언에 대해 대의원회에서 통과시킨 계약조건은 현대건설도 같은 입장인데 현대건설은 여전히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삼성물산이 이미 현장 분위기기가 현대건설로 기울었고 총회에서 조합원 투표 시, 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미리 발을 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불공정한 입찰 관리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즉 조합 측이 내건 계약 조건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게 모두 동일한 조건은 아니었고, 대안설계 및 금융지원 조건 제한 등 일부 조건은 일방적으로 삼성물산을 겨냥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대안설계나 조합 측이 제한 조건으로 내건 금융지원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 측이 시공사들에게 요구한 계약 조건은 사실상 삼성물산의 제안서에서 팔 다리를 모두 짜른 격"이라며 “삼성물산 입장에서 조합의 요구 조건은 사실상 일을 하지 말라고 느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업계 내부에선 조합 측이 이번 재건축 수주 입찰을 앞두고 애당초 시공사를 현대건설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타 건설사를 끌여들여 경쟁에 붙였다는 의혹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를 서로 경쟁시켜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이 진행되도록 하되, 내부적으로는 특정 건설사에 수주를 주기로 이미 정리가 돼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으로서는 조합이 대놓고 시공사 길들이기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자사에게만 불리한 요구 조건을 내거는 상황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며 “삼성물산도 결국 수주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갑자기 수주 포기를 선언한 삼성물산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일부 주민들은 현대건설 단독 입찰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압구정 2구역 조합원은 “그래도 압구정현대 아파트라는 이름값이 있는데, 현대건설 단독으로 입찰을 넣어서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것은 모양새가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삼성물산이 수주를 포기한 것은 뭐가 됐든 주민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을 지나치게 몰아붙인 것이 제 발에 도끼를 찍은 겪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단독입찰 수의계약 방식으로는 조합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수주를 하기 전엔 조합이 갑의 입장에서 시공사를 선택하겠지만, 그런 선택지도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 현대건설이 시공을 잘하기만을 바래야 하는데, 위치가 바뀌어 현대건설이 갑의 입장에서 둔촌주공 재건축 사례에서 보듯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한 조합원은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해서 수주를 따낸 후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경우 조합이 대책은 있는지 걱정된다"고 귀띔했다.